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7.30.

오늘말. 짐승태움


아이만 유난하게 볼 일이란 하나도 없습니다. 작은숨결을 포근히 품을 줄 아는 아이도, 작은숨결을 짓이기면서 괴롭히는 아이도, 다 어른 곁에서 이런 매무새를 받아들입니다. 어린씨나 푸른씨가 쓰는 모든 말은 둘레 어른이 늘 씁니다. 듣거나 읽은 적이 없는 말을 어린씨나 푸른씨가 쓸 수 없어요. 예부터 아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르면 ‘아이 아닌 어버이나 어른 꾸중’을 했습니다. 어버이하고 어른부터 이 삶을 슬기로이 배울 때라야 모든 들볶음질이 사라지고 갖은 망나니짓이 스러지고 온갖 짐승태움이 자취를 감출 수 있어요. 누구나 사랑으로 태어나고, 사랑으로 자라나며, 사랑으로 살아갑니다. 밥을 먹기 때문에 목숨을 잇지 않습니다. 푸른별을 감싸는 빛나는 사랑숨결이 넘실거리기에 살아갑니다. 스스로 잊으니 스스로 등돌려요. 스스로 잃기에 스스로 못살게 굴면서 후리거나 족치는 사납짓으로 불거집니다.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고서 살며시 둘레를 보기를 바라요. 느긋하게 들풀 곁에 앉아야 풀잎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알아듣습니다. 넌지시 나무 곁에 서야 나뭇잎이 속삭이는 말을 받아들입니다. 살며시 거닐며 슥 별밤을 올려다보면 누구나 빛나요.


ㅅㄴㄹ


짐승밟기·짐승태움·갈기다·후리다·족치다·주먹·주먹질·괴롭히다·괴롭힘짓·잡다·끔찍짓·끔찍질·들볶다·들볶음질·등쌀·볶다·볶아대다·볶아치다·짓누르다·짓밟다·짓뭉개다·짓이기다·때리다·막질·막꼴·막짓·망나니·개망나니·망나니짓·망나니질·매질·매바심·매값·몰매·모다깃매·무릿매·물매·뭇매·몰매질·모다깃매질·무릿매질·물매질·뭇매질·못살게 굴다·몽둥이 ← 동물학대


빛깔판·빛판·이음판·잇판·이음그림판·잇그림판·미끄럼·미끄럼틀·미끄럽다·부드럽다·매끄럽다·살며시·슬며시·넌지시·슥·느슨하다·느긋하다·느리다·가볍다·차분하다·천천히 ← 슬라이드(slid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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