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2023.7.27.
숲집놀이터 284. 부채에 나무
2023년, 큰아이는 열여섯 살에 작은아이는 열세 살이다. 여태까지 두 아이랑 바람이(선풍기·에어컨) 없이 부채로 여름나기를 했다. 부채질을 신나게 했고, 아이를 자주 씻겼는데, 이제는 아이더러 스스로 자주 씻으라고 이야기한다. 푸른씨 나이로 자란 아이들을 씻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앞으로도 집안에 바람이를 들일 마음이 없다. 다만, 우리 보금자리가 ‘보금숲’에 ‘숲집’으로 자라나도록 나무를 늘리고, ‘나무를 심고 가꾸고 건사할 땅’을 꾸준히 늘리려는 마음이다. ‘나무가 없다시피 하던 시골집’을 처음 장만하던 2011년을 헤아리자면, 여름이 매우 고달팠다. 이듬해에 나무가 조금 자라며 조금은 덜 고달팠다. 해마다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여름이 차츰 덜 고달팠고, 이제 집 둘레로 나무가 꽤 뻗어 지붕을 폭 덮으면서 제법 시원하다고 할 만하다. 그러니까, 살림집 둘레로 풀꽃나무로 숲을 이루면,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포근하다. 풀꽃이 자라고 벌나비가 깃들 흙이 있으면서, 나무가 마음껏 우거져 크고작은 새가 숱하게 내려앉고, 바깥에서 ‘우리 집을 못 알아볼 만큼 깊을’ 적에는, 부채조차 없이 지낼 수 있으리라 여긴다. ‘웹툰을 그려서 번 돈으로 1억 5천만 원짜리 포르쉐’를 몇 해 앞서 장만했다는 ‘주호민 집안’이다. 쇳덩이(자동차)를 사든 말든 대수롭지 않다. 그러나,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는 길을 걷는다면, 쇳덩이에 앞서 ‘나무를 심어 돌보는 보금숲’부터 꾸릴 노릇이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풀꽃나무를 곁에서 품고 숲을 보금자리에서 누릴 적에 착하고 참하며 곱게 마음을 돌보는 길을 스스로 사랑으로 찾고 알 수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