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마음 나무
홍시야 지음 / 열매하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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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숲 / 글다듬기 2023.7.27.

다듬읽기 88


《나무 마음 나무》

 홍시야

 열매하나

 2023.6.22.



《나무 마음 나무》(홍시야, 열매하나, 2023)를 읽었습니다. ‘나무’ 사이에 ‘마음’이 어떻게 흐르는가 돌아보려고 지나온 나날을 글·그림으로 여민 꾸러미에는 빈자리가 많습니다. ‘빈’자리란, 비운 자리이면서, 비가 씻어낸 자리요, 비질을 하고 빗질을 하면서 새롭게 빛날 자리이니, 아직은 빚처럼 비었다고 여길 자리이게 마련입니다. 빈자리는 둥그렇습니다. 빈자리는 모나지 않습니다. 빈자리는 빗방울처럼 동글동글하지요. 빙그르르 돌듯이 춤춥니다. 곰곰이 보면, 모든 잎은 부드럽고 둥그스름합니다. 길쭉하기에 끝이 뾰족하다 싶은 잎도, 톱니를 닮은 잎도, 언제나 푸른별을 푸르게 품으면서 무엇이든 풀어내는 물빛입니다. 이슬을 머금고 빗물을 마시면서 푸른잎이에요. 그러니까 나무는 나무로 보면 되고, 마음은 마음으로 읽으면 됩니다. ‘존재·위하다’ 같은 일본말씨를 끌어들일 까닭이 없이, 푸른말을 쓰고, 숲말을 쓰고, 푸른말을 쓰며 어린이 곁에 서면 스스로 사랑입니다.


ㅅㄴㄹ


사랑스러운 푸른색 행성

→ 사랑스러운 푸른별

1


서로를 내보이는 삶의 중심

→ 서로를 내보이는 삶 한복판

→ 서로를 내보이는 삶자리

1


작든 크든 인간도 비인간 존재도 모두 소중하다

→ 작든 크든 사람도 이웃도 모두 값지다

→ 작든 크든 사람도 뭇숨결도 모두 빛난다

5


우리는 지구별이라는 무대 위에서 각자의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 우리는 푸른별이라는 터전에서 저마다 가락을 들려준다

→ 우리는 이 푸른별에서 서로 노랫가락을 뜯는다

5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되었다는 비자림로가

→ 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뽑힌 비자숲길이

9


도로 확장을 이유로 파괴되는 모습을

→ 길을 넓혀야 한다며 망가지는 모습을

→ 길을 넓히면서 사라지는 모습을

9


무고하게 희생된 생명들의 학살 현장처럼 느껴졌다

→ 덧없이 죽은 숨결로 느꼈다

→ 갑자기 목숨을 잃은 죽음터로 느꼈다

9


마치 마법의 장소에 연결되는 것 같다

→ 마치 빛터로 이어가는 듯하다

→ 마치 별나라로 가는 듯하다

13


시공간을 가로질러 내 안에 남은 인상들을 다양한 도구로 기록하는 모든 행위가 나의 예술이다

→ 나는 삶을 가로질러 마음으로 느낀 빛살을 여러모로 옮기면서 반짝인다

→ 나한테 그림이란, 삶자락을 가로질러 마음에 남은 숨결을 여러모로 담는 길이다

13


그림을 통해 우리가 새로운 곳에서

→ 우리가 그림으로 새로운 곳에서

→ 우리가 그림을 거쳐 새터에서

15


단 하나를 위해 머나먼 땅으로 기어코 가고야 마는 무모함이 있다

→ 오직 하나 때문에 머나먼 땅으로 그냥 가고야 만다

→ 그저 하나 때문에 머나먼 땅으로 달려가고야 만다

20


레드우드 나무들이 자리한

→ 삼나무가 자라는

→ 미국삼나무가 있는

20


날 이곳으로 부른 강한 끌림을 떠올리면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 날 이곳으로 훅 이끈 빛을 떠올리면 여기서 멈출 수 없다

→ 날 이곳으로 확 이끌었으니 여기서 그만둘 수 없다

20


가늠하기 어려운 커다란 기쁨이

→ 가늠하기 어렵도록 기뻐

22


나를 사로잡았던 물음이다

→ 나 스스로 물었다

26


내가 어떤 색깔을 지녔는지

→ 내가 어떤 빛깔인지

→ 내가 어떤 빛인지

26


천천히 숲속을 걸으며

→ 천천히 숲을 걸으며

→ 천천히 숲길을 걸으며

31


저마다 고유한 존재였다

→ 저마다 다르다

→ 저마다 빛난다

31


더 깊이 감사하고 존중하기

→ 더 고마워하고 섬기기

→ 깊이 반기고 받들기

33


우붓에서 보낸 50일간의 시간이 꽤 특별하게 기억되는 건

→ 우붓에서 보낸 쉰 날이 유난히 떠오르는 까닭은

→ 우붓에서 쉰 날을 보내며 꽤 남달랐다면

42


침묵에서 오는 상쾌함 때문만은 아니다

→ 고요하고 시원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 말없이 싱그러웠기 때문만은 아니다

42


광대한 우주의 흐름 안에서 흐르고 있을 뿐임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 너른누리에서 흐를 뿐이라고 온몸으로 나타내고 싶었다

→ 너른빛으로 흐를 뿐인 줄 온몸으로 그리고 싶었다

46


누군가의 터전을 빼앗아 그 위에 지어진 우리들의 삶을 바라본다

→ 누가 살던 터전을 빼앗아 지은 우리 삶터를 바라본다

72


이번 프로젝트는 결과물도 결과물이지만 과정에서 큰 기쁨을 얻었다

→ 이 일은 열매도 열매이지만, 하는 동안 무척 기뻤다

→ 이 일은 보람차기도 했고, 일하면서 더없이 기뻤다

83


내가 사랑을 원한다면 내가 먼저 사랑을 주는 것

→ 내가 사랑을 바란다면 내가 먼저 사랑하기

95


+


글에도 그림에도 ‘힘(멋부림)’이 너무 들어갔다. 나무 사이에 서는데 왜 힘을 자꾸 들일까? 그림에도 글에도 ‘힘(허울)’을 덜어내고서 그저 숲에 안기고, 풀꽃 곁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면 모든 글하고 그림은 저절로 빛난다. 꾸미려 하지 말고, 내세우려 하지 말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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