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책 / 시읽기. 문학비평 2023.7.23.
노래책시렁 348


《소란이 새어들지 않는 곳》
 고선영·김금주·박승보·배배·이상오·정세리·허현진
 글을낳는집
 2023.1.16.



  서로 마음을 일으키면 눈을 떠서 만납니다. 서로 마음을 안 일으키면 눈앞에 멀쩡히 있어도 못 알아보기에 못 만납니다. 서로 마음이 없으면 자꾸 허우대를 키우려 들고, 허울만 큼지막하게 반드르하고 말아요. 서로 마음이 있으니 겉모습이 아닌 속내를 헤아리려고 다가서고, 이윽고 환하게 웃음짓는 오늘이란 늘 꽃씨처럼 마음자리에 있은 줄 알아차립니다. 《소란이 새어들지 않는 곳》은 글꽃을 지피고 싶은 일곱 사람이 두런두런 모여서 일군 글씨앗을 나누려고 하는 조촐한 꾸러미입니다. 처음 짓는 밭에서 남부럽지 않게 거두지는 않습니다. 아니, 처음 짓는 밭살림인데 굳이 남(기성작가)이 어떤 글을 왜 쓰는지 들여다볼 까닭이 없어요. 아니, 오래오래 지은 밭살림이어도 구태여 남(전문가·문인·평론가)이 거들어(비평해) 주기를 바랄 까닭이 없습니다. 노래란, 놀이하고 일하며 웃는 사람이 스스럼없이 부르는 숲빛가락입니다. 문학이란, 놀이도 일도 잊고 등진 채 웃음도 눈물도 없이 허울스럽게 꾸미는 굴레입니다. 문학을 하기에 스스로 찌들거나 무너집니다. 노래를 하기에 스스로 눈을 뜨고 마음을 열며 생각을 가꿉니다. ‘문학’이나 ‘시’를 알아야 하지도, 읽어야 하지도 않습니다. ‘글’을 읽고 ‘노래’를 부르니 반짝여요.

ㅅㄴㄹ

태선아 / 우리 집에 가자 / 우리 이제 집에 가자 / 니 어디 가지마래이 / 내랑 같이 이제 집에 가자 (임종-박승보/60쪽)

눈이 내린다 / 언제쯤 오실까 / 서쪽하늘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 눈은 발목 지나 무릎까지 차오르네 (얼굴-이상오/88쪽)

나는 참외를 보면 엄마가 생각나고 / 엄마는 참외를 보면 외할아버지가 생각난다 / 씹을 때 아삭아삭 소리가 좋았을까 / 속내의 달콤함이 좋았을까 / 어릴 적 입속에서 가슬거리는 씨를 미워했지만 / 지금은 한 입씩 먹을 때 참외가 이해가 된다 (참외-허현진/135쪽)


+

《소란이 새어들지 않는 곳》(고선영과 여섯 사람, 글을낳는집, 2023)


시를 탐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 노래를 먹어 본 적 없는 사람이
→ 노래가 안 궁금했던 사람이
82쪽

만남은 짧았으나 그대의 아름다운 모습을
→ 짧게 만났으나 아름다운 그대 모습을
94쪽

모든 일을 맞아들임에 근자감이 있던 나였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
→ 모든 일을 덤비는 나이기에 할 수 있다
→ 모든 일에 달려들기에 해볼 수 있다
→ 까부는 나이기에 해볼 수 있다
→ 나는 모든 일이 신나니 해볼 수 있다
140쪽

지금은 한 입씩 먹을 때 참외가 이해가 된다
→ 이제는 한 입씩 먹을 때 참외를 안다
→ 오늘은 한 입씩 먹을 때 참외를 느낀다
13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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