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7.21.

오늘말. 얼마든지


바다를 멀리서 보면 파랗게 물결칩니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다가 풍덩 뛰어들면 맑게 일렁입니다. 멀리서 보는 결하고 스며들어 마주하는 숨결은 사뭇 달라요. 물낯에서는 찰랑찰랑 소리를 듣는다면, 물속에서는 소리없는 듯 흐르는 기운을 느껴요. 들녘을 덮는 빗줄기를 보면 하얗습니다. 하얀 빛살이 온누리에 드리우는 듯합니다. 빗방울을 손바닥에 받아서 비내음을 맡다 보면, 빗빛도 바닷빛처럼 그저 맑아요. 옷 한 벌을 누리려면 실을 잣고 베를 짜고 바느질로 여밉니다. 한 땀씩 짓는 손길이 닿아 살림살이를 이룹니다. 아침저녁에 밤낮을 누리는 집도 차곡차곡 추스르고 챙긴 살림빛입니다. 끼니마다 누리는 먹을거리도 곰살갑게 담은 손빛으로 일구는 살림이에요. 우리는 얼마든지 새롭게 짓습니다. 말 한 마디도, 글 한 줄도, 이야기 한 자락도 엮고, 생각도 마음도 가만히 알아가면서 사랑스럽게 다스려요. 오늘은 무엇을 할까요?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요? 넌지시 말빛을 띄웁니다. 풀꽃을 품은 몸내가 감돕니다. 살며시 속삭입니다. 나무 냄새를 함께 맡으면서 기지개를 켭니다. 기꺼이 숲으로 갑니다. 오늘 일을 마치고서 활짝 웃습니다.


ㅅㄴㄹ


밝다·맑다·환하다·고요하다·조용하다·괴괴하다·가만히·소리없다·넌지시·살며시 ← 교교하다(皎皎-)


낱말·말·말꼴·말결·말가락·말씨·말품새·말빛 ← 어형(語形)


날다·날림·낳다·땋다·베짜기·베틀질·짜다·짜내다·짜놓다·째다·짓다·여미다·엮다·꿰매다 ← 직조(織造)


끝·끝나다·마침·마치다·마무리·그만·그럼·그래·네·응·기꺼이·얼마든지·가다·되다·좋다·알다·받다·챙기다·있다·하다 ← 오케이(OK)


몸내·내·내음·냄새·기운·느낌·결·-답다·스럽다·빛·빛살·살내음·살빛·살갑다·곰살갑다·손길·손빛·숨·숨길·숨결·숨빛 ← 체취(體臭)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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