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2.
《역사의 천사》
브루노 아르파이아 글/정병선 옮김, 오월의봄, 2017.10.23.
모처럼 해가 난다. 마당에 서서 햇볕을 쬔다. 이내 구름이 덮는다. 비는 더 뿌리지 않는다. 빨래를 해서 넌다. 까마중 곁에 쪼그려앉아 흰꽃이랑 푸른알이 나란히 맺은 모습을 본다. 쇠무릎잎을 조금 훑어서 살살 씹는다. 비날이 길면 풀내음은 오롯이 비내음에 바다내음이다. 풀은 다 다르되, 비날에는 풀맛이라기보다 물맛인데, ‘바다를 떠나 하늘에서 놀다가 비로 찾아온 물맛’을 품는다. 저녁나절 두바퀴를 몰아 들길을 가른다. 비내음이 물씬 흐르는 들길은 싱그럽다. 개구리노래가 온마을을 휘감되 별이 돋지는 않는다. 7월에는 언제 별을 볼까? 밤마다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물어본다. “넌 별을 왜 보고 싶니?” 구름 뒤켠에 숨은 별이 묻는다. “어, 어, 그게 말이지, 그냥 보고 싶어.” 《역사의 천사》를 읽었다. 옮김말이 참 일본스러운 한자말로 가득하다. 우리는 언제쯤 ‘우리말로 옮기는 이웃책’을 읽을 수 있을까? 줄거리를 익히고 싶다면 이웃말로 읽으면 되지만, 이 땅에서 자라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깨동무하는 이웃살림을 헤아린다면, 아름다운 이웃책을 아름다이 우리말로 여미는 일을 누구나 하고 누리고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발터 벤야민’이 쓴 그 나라 말이 ‘일본스러운 한자말’은 아니었겠지. 아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