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빗소리 2023.6.20.불.



똑같은 빗소리가 없는 줄 느끼니? 길바닥을 구르는 바퀴도 똑같은 소리가 없어. 겉보기로는 얼핏 같을는지 모르나,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마음으로 다 다르게 타고 다 다른 길을 가거든. 그러나 이 ‘다 다른 마음’이 아니라 ‘다 같은 마음’이라거나 ‘다 다른 빛을 죽이거나 길들여서 어슷비슷 틀에 박히는 마음’일 적에는 겉보기로 다른가 싶어도 ‘똑같구나 싶은 소리’를 내지. 너희가 쇳소리(기계문명소음)에 길들었다면 빗소리가 늘 다 다른 줄 못 느껴. 쏟아지는 비도 소리가 다르지만, 내내 내리는 비도 늘 소리가 달라. 처음 땅바닥을 적시는 빗물하고, 한참 젖은 빗물은 다 다른 소리일 테지? 나뭇잎에 듣는 빗소리랑 꽃송이에 듣는 빗소리는 달라. 아침비 낮비 밤비도 소리가 다르지. 개구리가 노래하는 소리에 섞인 빗소리도 달라. 소쩍새나 휘파람새가 노래하는 소리에 섞인 빗소리도 달라. 바다에 내리는 비랑 숲에 내리는 비랑 서울에 내리는 비도 달라. 빗소리 한 가닥에서 숨소리를 느껴 보렴. 빗물을 품고 흐르는 구름이 사근사근 들려주는 소리를 귀기울여 보렴. 솔솔 흐르는 소리에 무엇이 깃드는가를 하나씩 헤아려 봐. 빗물을 받고 마시면서 반가이 웃는 풀과 나무와 풀벌레와 헤엄이를 바라봐. 그리고 너도 손으로 빗물을 받아서 기운을 맞아들여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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