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태도 불량 2023.6.27.불.



배우려는 사람은 받아들이려는 마음이기에, 받아들이려면 여태까지 쌓고 닦아서 이룬 길을 녹이려고 하지. 배우지 않으려는 사람은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마음이기에, 이제까지 하던 틀을 단단히 지키고 높이 쌓으려고 해. 받아들여서 배우려는 마음일 적에는 여태 하거나 쌓거나 담거나 이룬 모든 것을 바꾸거나 갈거나 고쳐서 새롭게 살아가려는 뜻이야. 안 받아들이고 안 배우려는 마음은 언제나 단단하게 담벼락을 이으려는 뜻이지. 물그릇에 물을 담을 적마다 ‘그릇이라는 몸’이 바뀌면 물을 못 담아. 그릇은 제 몸을 늘 똑같이 지켜주기에 물이나 여러 가지를 담지. 그런데 그릇은 스스로 짓거나 가꾸지는 않아. ‘누가 담아 주어’야 비로소 속에다 놓는데, 그릇은 속에 놓더라도 ‘속에 놓은 것’을 스스로 누리지 않아. 그릇이 물을 마시면 너희가 물을 못 마시겠지? 그릇은 ‘네가 시키는 대로 고스란히 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단다. 그러면 보겠니? 너희는 ‘사람이라는 숨결’이니? 너희는 ‘사람이라는 몸’은 입었으나,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모습은 아니니? ‘남이 들려주는 말·이야기’를 고스란히 받아서 똑같이 따라하는 ‘틀’이지는 않니? 배우려 하고, 배울 수 있고, 배우는 삶이기에, 너희 마음에 생각이 솟아나. 너희를 물그릇으로 삼으려는 무리(권력자)는 너희가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버릇없다(태도 불량)’고 여기며 나무란단다. 그러나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몸짓(태도)으로 배우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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