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엉겅퀴 봄날의책 세계시인선 8
라이너 쿤체 지음, 전영애.박세인 옮김 / 봄날의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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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7.7.

노래책시렁 347


《은엉겅퀴》

 라이너 쿤체

 전영애·박세인 옮김

 봄날의책

 2022.4.18.



  누구나 노래합니다. 그런데 나날이 노래님이 사라집니다. 누구나 했고 누구나 들려주며 누구나 듣던 노래였으나, 이제는 어느 높다란 마당에 올라가지 않으면 노래를 벙긋해서는 안 된다고 여깁니다. 이름을 높이거나 돈을 버는 ‘장삿노래’가 휘감습니다. 노래란, 늘 놀이랑 맞물립니다. 노래하는 이는 놀이를 하지요. 노는 이는 노래를 해요. ‘노래’랑 ‘놀이’는 함께 흐릅니다. 하나만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느덧 온누리는 노래하고 놀이가 쩍 갈려요. 아니, 서울살림(도시문명)은 둘을 떨어뜨리면서 돈벌이(상업주의)로 휘두릅니다. 《은엉겅퀴》를 읽다가 놀랐습니다. 독일글하고 한글을 나란히 놓았기에, ‘독일 노래’를 우리 스스로 얼마나 엉뚱하거나 뜬금없거나 어설피 옮기는지 더없이 또렷하게 느낍니다. 왜 노래를 노래로 옮기지 않을까요? 왜 노래를 갉아먹을까요? 모든 노래는 놀이입니다. 소릿결이 가락으로 춤추는 말씨인 노래인데, 왜 글치레에 꾸밈질에 일본 한자말에 옮김말씨를 잔뜩 끼워넣고, 줄까지 함부로 바꿀까요? 독일글에서라면 ‘나무들·애벌레들’처럼 적을는지 모르나 한글로 옮길 적에는 ‘나무·애벌레’입니다. ‘속·위·안·아래·-고 있다’ 같은 말씨를 찬찬히 가릴 적에 비로소 ‘우리말’입니다.


ㅅㄴㄹ


나무들이 / 애벌레들의 노래를 칭찬하고 있어 (지빠귀와의 대화/45쪽)


하루하루는 / 한 장의 편지 // 저녁마다 / 우리는 그것을 봉인한다 (매일/81쪽)


#ReinerKunze



《은엉겅퀴》(라이너 쿤체/전영애·박세인 옮김, 봄날의책, 2022)


어느 날 우리, 문득 영혼 속이 떨리리

→ 어느 날 문득 넋이 떨리리

15


믿음의 균열을 뚫고 비쳐 나오는 무(無)

→ 믿음 틈새를 뚫고 비쳐 나오나 없다

23


하지만 조약돌도 가져간다, 손 안에 고인 온기를

→ 그러나 조약돌은 따뜻한 손을 잡는다

→ 그렇지만 조약돌은 포근한 손을 쥔다

23


발언하라 그 말을

→ 밝혀라 그 말을

→ 외쳐라 그 말을

29


그래서 나로 하여금 알게 한다

→ 그래서 나는 안다

→ 그래서 나는 알아차린다

37


나무들이 애벌레들의 노래를 칭찬하고 있어

→ 나무가 애벌레 노래를 기려

→ 나무가 애벌레 노래를 추켜

45


하루하루는 한 장의 편지 저녁마다 우리는 그것을 봉인한다

→ 하루하루는 글월 한 자락 우리는 저녁마다 붙인다

81


산(山)에다 대고 문 두드려야 한다

→ 멧골에 두드려야 한다

→ 메에 두드려야 한다

123


천국, 열려 있다

→ 하늘, 열렸다

133


일시에 죽는다

→ 나란히 죽는다

→ 덩달아 죽는다

→ 냉큼 죽는다

→ 같이 죽는다

141


그녀를 삶에서 데리고 나오는 것

→ 그이를 삶에서 데리고 나오기

→ 그 사람을 삶에서 데리고 나오기

159


한데 우리가 없어도 지구가 있고 우주도 있지만 시(詩)는 없다

→ 그런데 우리가 없어도 푸른별 있고 온누리 있지만 노래는 없다

165


낯선 나라들에 있던 작은 고향들

→ 낯선 나라에 있던 작은 마을

→ 낯선 나라에 있던 작은 배냇터

169


놀라움이 커지는 나이

→ 크게 놀라는 나이

→ 한껏 놀라는 나이

→ 더욱 놀라는 나이

17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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