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꽃

곁말 112 봄맞이새



  철을 살펴서 찾아오는 새가 있습니다. 누구나 풀꽃나무를 곁에 두면서 푸르게 살림을 짓던 무렵에는 텃새랑 철새를 가만히 마주하면서 철흐름을 읽고 철빛을 살폈어요. 이제 철새도 텃새도 사람한테 삶자리를 옴팡 빼앗기면서 오갈 데가 없거나 느긋이 머물 틈이 적다고 할 만합니다. 이러면서 사람들 스스로 ‘철새·텃새’란 이름을 잊고, ‘철새’ 같은 이름은 “철새 벼슬꾼(정치꾼)” 같은 자리에 함부로 써요. 먼 옛날부터 쓴 이름을 고이 살리면서 우리 마음을 곱게 다독이면 가장 아름다울 텐데, 때로는 옛말하고 맞물리는 새말을 지을 수 있어요. 봄을 앞두고 봄맞이를 하듯 피는 ‘봄맞이꽃’처럼, 봄을 앞두고 찾아오는 새한테 ‘봄맞이새’란 이름을 붙여 볼 만해요. 봄을 맞이할 적에 반가운 마음으로 쓰는 글을 한자로 ‘입춘대길’이라 적으나 ‘봄맞이글’처럼 수수하게 적어도 어울리고 ‘새봄새빛’이나 ‘새봄맞이’라 적을 수 있습니다. 봄새가 일찍 찾아온다면 여름새(여름맞이새)는 느긋이 찾아옵니다. 봄여름보다 겨울을 반기는 철새는 겨울새(겨울맞이새)일 테지요. 더 헤아린다면, 봄새는 봄맞이새이면서 ‘봄사랑새’요, 겨울새는 겨울맞이새이면서 ‘겨울사랑새’입니다.


ㅅㄴㄹ


봄맞이새 (봄 + 맞이 + 새) : 봄을 맞이할 즈음이나, 봄부터 여름 사이에 찾아오는 새. 봄을 누리려고 찾아와서 여름까지 누리다가 가을 무렵 돌아가는 새. (= 봄새·봄철새. ← 춘조)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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