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채식이 뭐예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4
이유미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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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7.2.

숲책 읽기 205


《선생님, 채식이 뭐예요?》

 이유미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2.7.12.



  《선생님, 채식이 뭐예요?》(이유미, 철수와영희, 2022)를 읽고 하나부터 열까지 아쉬웠습니다. 풀밥(채식)이 나쁠 일은 없지만 ‘낫지’는 않습니다. 풀을 먹든 헤엄이를 먹든 열매를 먹든 고깃살을 먹든 모두 ‘물빛이 깃든 숨결’입니다. 닭이나 소나 돼지만 ‘산 목숨’이 아닙니다. 고등어나 오징어나 정어리만 ‘산 목숨’일까요? 조개랑 가리비랑 꼬막도 ‘산 목숨’일 뿐 아니라, 김이랑 미역이랑 파래도 ‘산 목숨’이에요. 시금치랑 무랑 배추도 ‘산 목숨’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먹든 ‘죽은 몸’이 아닌 ‘산 몸’을 먹습니다. ‘죽은 몸’이면 이미 파리가 꼬여요. 고깃살이건 나물이건 ‘물빛이 머금은 산 몸뚱이’를 싱싱하게 건사해 놓고서 사고팔며, 손질하고 다루어 밥으로 차립니다.


  무엇을 먹든 ‘잘못했다!’는 마음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아니, 무엇을 먹든 ‘반가워! 내 몸으로 새롭게 빛나렴! 사랑해!’ 하는 마음이기를 바랍니다. 푸른콩도 커피콩도 푸른 숨결이 흐릅니다. 살구에도 배에도 능금에도 살림물이 감돕니다. 낟알 하나도 씨앗이요, 씨앗에는 새롭게 싹트고 뿌리내리는 기운인 숨빛이 있어요.


  ‘풀밥을 안 먹으면 나쁜짓이다’ 같은 마음으로 다그치는 일은 오히려 우리 숨결을 갉거나 좀먹습니다. 우리는 ‘나쁜짓이 아닌 좋은짓을 할 뜻’으로 풀밥을 누리지 않아요. 고깃살도 풀포기도 저마다 다르게 싱그러우면서 아름다운 숨결인 줄 온마음으로 깨닫는 기쁜 사랑으로 받아들이기에 ‘밥살림’입니다.


  풀밥이기에 더 좋거나 낫지 않습니다. ‘풀밥을 먹는 나는 착하고 나은 사람이야!’ 하는 마음이라면, 이웃을 낮잡거나 얕보게 마련이에요. 아무리 손수 심어서 가꾸어 먹더라도 ‘살림빛’이 아닌 ‘죽음물’이 듭니다.


  “잠깐의 즐거움을 멈추고(5쪽)”는 뭘까요? ‘즐거움’은 이런 자리에 쓰는 낱말이 아닙니다. “가벼운 재미”나 “얕은 재미”라 해야겠지요. 풀밥을 먹으면 ‘큰그림’이고, 고기를 먹으면 ‘작은그림’인가요? 갈라치기를 안 하기를 바랍니다.


  제철 아닌 엉뚱한 철에 딸기나 수박을 먹는대서 ‘기쁜’지 아리송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늦봄에 나는 멧딸기 아니면 손조차 안 대고, 한여름에 이를 무렵 비로소 수박을 즐깁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시골에서 살기에 ‘제철’을 더 느낄는지 모르나, 이보다는 ‘비닐집에서 기름·꼭짓물(수돗물)·죽음거름(화학비료)을 먹이는 딸기’에서 기름맛에 꼭짓물맛에 죽음거름맛을 느껴요.


  능금 한 알을 먹으면서 ‘능금밭에서 뿌리는 죽음물(농약)맛’을 느끼는 분은 얼마나 될까요? 그러니까, 우리는 스스로 마음을 틔워서 속빛을 느끼고 알아차리는 길을 살아갈 노릇이라고 여겨요. 돈벌이에 사로잡힌 나머지 ‘흙살림’이 아닌 ‘죽음살림(화학농법)’으로 거둔 나물이더라도, 사랑이란 눈길로 바라보고 사랑스런 손길로 쓰다듬으면서 숨결을 바꾸어 내는 마음으로 거듭날 노릇입니다.


  요새는 ‘친환경농약’이 춤춥니다. ‘친환경’을 거짓으로 붙이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맛있는 고기를 못 먹는다(86쪽)” 같은 대목은 무척 얄궂습니다. 글을 쓴 이유미 씨부터 아예 “고기 = 맛있다”처럼 여기는 마음인데, “맛있는 밥을 왜 먹지 말라고 하는가?” 하고 묻는 아이들한테 무슨 말을 들려줄 셈인가요? ‘고기라서 맛있’지 않아요. 사랑으로 맞이하는 밥이기에 사랑맛입니다. 사랑은 ‘좋은맛’이 아니에요. 사랑은 살림빛으로 물드는 맛입니다.


  ‘좋은길’을 아이들한테 억지로 밀어붙이는 풀밥(채식)으로 나아간다면, 오히려 살림빛도 살림넋도 아닌 ‘길든 굴레’를 내세우고 맙니다. 풀을 먹어야 하느냐 고기를 먹어야 하느냐가 아닌, 어떤 마음으로 먹을 적에 우리가 스스로 몸을 살찌우고 삶을 빛낼 수 있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사랑으로 지은 밥은 넘치게 안 먹습니다. 사랑을 담은 밥은 가볍게 조금 누려도 배부릅니다. 사랑이 없는 밥은 넘치게 먹어도 배고픕니다. 사랑이 없는 밥이 온누리에 넘치기에 밥쓰레기도 그토록 넘쳐요. 이제부터 우리가 바라볼 곳을 ‘풀밥이냐 아니냐’가 아닌 ‘사랑밥으로 가는 길’로 돌리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잠깐의 즐거움을 멈추고 이제 세상을 한번 보도록 해요.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더 큰 그림이 기다리고 있어요. (5쪽)


제철이 아니라도 먹고 싶은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에요. 문제는 이런 기쁨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을 버리고 있다는 거예요. (61쪽)


로컬 푸드 매장을 이용하면 뜻밖의 즐거움을 만날 수도 있어요. 판매되고 있는 식재료가 어느 마을에서 왔는지, 누가 생산했는지 보는 재미가 있어요. 어떨 때는 생산자 이름에서 아는 사람을 발견할 수도 있을 거예요. (69쪽)


친환경 농산물은 재배할 때부터 우리 몸에 안 좋은 물질은 쓰지 않아요. 그래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죠. 종류는 크게 유기농, 무농약이 있어요. (74쪽)


맛있는 고기를 못 먹는다고 아쉬워하기보다는 지구 환경을 위해 큰 선택을 한 자기 자신을 마음껏 칭찬해 주면 좋겠어요. (86쪽)


+


우리가 소비하는 무수한 음식 속에 채식의 가치가 훼손되는 모습들이 있었던 거예요

5


잠깐의 즐거움을 멈추고 이제 세상을 한번 보도록 해요

→ 가벼운 재미를 멈추고 이제 둘레를 봐요

→ 얕은 재미를 멈추고 이제 온누리를 봐요

5


푸른 초원에서 평화롭게 살아야 하는

→ 푸른들에서 아늑하게 살아야 하는

→ 푸른들판에서 조용히 살아야 하는

28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요

→ 물이 몹시 모자라요

→ 물이 메말랐어요

54


따뜻한 햇살 대신

→ 따뜻한 볕이 아닌

→ 따뜻한 햇볕 없이

60


제철이 아니라도 먹고 싶은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에요

→ 제철이 아니라도 먹을 수 있는 과일은 고마워요

→ 제철이 아니라도 과일을 먹을 수 있으니 고마워요

61


문제는 이런 기쁨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을 버리고 있다는 거예요

→ 그런데 이렇게 하려고 값진 살림을 버리고 말아요

→ 그런데 이렇게 누리려고 빛나는 삶을 버린답니다

61


로컬 푸드 매장을 이용하면 뜻밖의 즐거움을 만날 수도 있어요

→ 텃밥가게를 찾으면 뜻밖에 즐거운 일이 있어요

→ 마을밥가게에 가면 뜻밖에 즐거울 수도 있어요

69


생산자가 동네 이장님일 수도 있고

→ 지음이가 마을지기일 수도 있고

69


지구 환경을 위해 큰 선택을 한 자기 자신을 마음껏 칭찬해 주면 좋겠어요

→ 푸른별을 헤아려 큰길을 걸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요

→ 푸른별을 돌보는 큰마음을 품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요

8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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