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찌르는. 2023.6.25.해.



벼락이 우르릉 치면, 하늘하고 땅 사이를 훅 잇는 빛길이 번쩍하면서 생겨. 이 길을 타고서 숱한 빛씨앗이 까르르 웃고 노래하면서 오간단다. 비가 솨솨 내리면, 하늘·땅·바다 사이를 가벼이 잇는 물길이 밝게 생겨. 이 길을 타고서 숱한 숨씨앗이 왁자지껄 웃고 노래하면서 다닌단다. 구름이 걷히고서 벼락이며 비가 떠나면, 어느새 햇살하고 별살이 가만히 퍼지는데, 고요히 웃고 조용히 노래하면서 춤추지. 벼락은 땅을 안 찔러. 비는 땅하고 바다를 안 찔러. 해랑 별도 찌르는 일이란 없어. 그런데 사람이라는 몸을 입고서 나라(정부·국가)라는 틀을 세우면 으레 서로 찌르네. 누가 먼저 찔렀을까? 찌르기를 멈출 수 있을까? 지름길(질러가는 길)은 가장 가까운 길이라 여기는 듯한데, 둘레도 옆도 안 보면서 마냥 가로지르려고 한다면, 너한테 삶이란 무엇일까? 삶이란, ‘하느냐’하고 ‘안 하느냐’가 아냐. 삶이라는 길에서는 ‘안 하는 함’도 있어. 삶이란, 마음에 이야기를 지어서 담는 길이니, 네가 짓는 이야기에는 늘 숱한 ‘함(하기·해보기)’이 흐른단다. 그러나 ‘찌르기’는 ‘함’이 아니야. 쿡 찌르든 아프게 찌르든 불쑥 찌르든, 찔러 본들 터지거나 막힐 뿐이야. 둘레에서 너랑 같은 쪽에 서야 하지 않고, 네가 둘레를 따라갈 까닭이 없어. 질러가려고 하면 이내 지쳐. 질러가니까 스스로 질려서 아무 이야기가 없이 ‘심부름(시키는 짓)’에 갇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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