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에어컨 2023.6.15.나무.



해가 내리쬐는 여름이 더울 수 없어. 여름은 열매가 익어가도록 신나게 내리쬐는 볕이야. 겨울은 볕이 적게 들기에 춥지 않아. 여름볕을 고루 듬뿍 머금기에 겨우내 포근히 지내고 봄을 맞이한단다. 여름볕을 꺼리거나 안 먹은 탓에 겨울이 추워. 그리고 여름볕을 오래 쬐기에 마르거나 더울까? 아니야. 풀과 나무를 봐. 여름내 모든 볕을 가만히 춤추며 받아. 겨우내 그리던 햇볕이기에 그저 넉넉히 받아들이지. 그래서 ‘햇볕에 푸르게 자라는 잎’은 있되 ‘햇볕에 마르는 잎’은 없어. 풀과 나무가 ‘잎이 마른다’면 사람들이 뭔가 얄궂은 짓을 저질렀다는 뜻이야. 사람은 어떨까? ‘햇볕에 까맣게 살빛이 익는 몸’이 있을 뿐이야. 그런데 꽤 많은 사람들은 ‘불볕’이라 일컬으며 싫어하더라. 알 수 있을까? ‘미움·싫음·걱정·두려움’에다가 엉뚱하게 사로잡혀서 길든 마음이 너희를 불사르거나 말리거나 갉거나 죽인단다. 아기나 아이가 여름볕에 내내 뛰노는 모습을 봐. 웃고 노래하고 뛰고 달리는 마음은 오직 ‘까맣게 빛나는 몸’으로 나아가는 숨결일 뿐이란다. 볕을 꺼리면서 빛까지 가리고 ‘에어컨’을 틀면서 사람이 못 드나들라고 막는 너희 모습을 보면 딱하구나. 삶도 살림도 사랑도 바라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숲을 읽고, 무엇으로서 사람이 될까? 여름이 시원하기를 바라면 에너컨을 치우렴. 온몸으로 햇볕을 머금으면서 나무 곁에서 바람을 마시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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