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이 사라집니다 - 출판과 문화를 지키는 도서정가제 바로 알기
백원근 지음, 한국출판인회의 엮음 / 한국출판인회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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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인문책 / 숲노래 책읽기 2023.6.19.

인문책시렁 305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이 사라집니다》

 백원근

 한국출판인회의

 2020.10.8.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이 사라집니다》(백원근, 한국출판인회의, 2020)를 읽었습니다. 책값이 2000원인데, 이 값으로 내놓아도 될 만하다고 여겼는지 궁금합니다. 이 책이 다루는 이야기가 틀리지는 않다고 느끼지만, ‘할인·유통질서’라는 이름만 내세우기에는 어쩐지 허술하구나 싶어요. ‘소모적인 할인행세’나 ‘끼워넣는 굿즈’는 큰펴냄터에서 여태 오래도록 잔뜩 해온 짓입니다. 큰펴냄터에서 여태 해온 ‘도서정가제 흔들기’부터 제대로 따지고 짚고 나무라지 않고서 ‘도서정가제는 지켜야 합니다’라는 말만 외친다면, 여느 사람들한테는 너무 뜬구름을 잡는 목소리라고 느끼기 쉽습니다.


  누리책집(인터넷서점)이 왜 ‘값장난’을 칠 수 있을까요? 작은펴냄터에서 누리책집하고 손잡고서 ‘잘난책 장난(베스트셀러 조작)’을 하던가요? 여태껏 ‘잘난책 장난’은 모두 큰펴냄터에서 해왔고, 아직도 합니다. 큰펴냄터는 ‘서평단’이란 이름으로 100∼500 자락이 넘는 책을 거저로 풀기 일쑤입니다. 여기저기 ‘서평단’에 이름을 넣으면 웬만한 ‘잘난책’은 거저로 받기 좋은 얼거리를 큰펴냄터가 꾸리는 판에, 여느 사람들이 제넋으로 책을 제값을 치르면서 사읽겠다는 마음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게다가 큰펴냄터는 ‘북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덤(굿즈)을 사람들한테 쏟아붓습니다.


  책을 오롯이 책으로만 다루면서 이웃을 만나려고 하는 글꾼은 큰펴냄터 등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출판평론가·출판기자’라는 자리에 있는 이들은 작은펴냄터에서 아무런 서평단도 굿즈도 없이 ‘오직 이야기’ 하나만으로 펴낸 책을 눈여겨보지 않기 일쑤입니다. 그들은 ‘오직 이야기’만 흐르는 책을 읽을 겨를이 없기에, ‘오직 이야기’만으로 이웃하고 삶·살림·사랑·숲을 노래하는 책을 알아보지 않고, 알리지 않고, 여느 사람들은 이런 책을 알아볼 틈이 더더욱 없기까지 합니다.


  적잖은 글꾼은 ‘큰펴냄터 이름’에 기대어 책을 내고 돈을 벌고 이름값을 얻습니다. 가만히 보면, ‘책은제값에(도서정가제)’를 외치지만 정작 ‘책을제값에’하고 동떨어진 이들이란, 누구보다 숱한 글꾼입니다. 숱한 글꾼 가운데 주머니를 털어서 온돈으로 책을 사읽는 이는 몇일까요? 거저책(증정도서) 사이에서 춤추면서 입으로만 ‘책은제값에’라고 벙긋거리는 얼거리라고 느낍니다. 책마을 사람들 스스로 ‘거저책 장난질’을 한몫에 멈추고, 덤(굿즈)을 내지 않기로 다짐을 하지 않는다면, ‘책을제값에’를 한결같이 이어오는 숱한 책동무는 내내 바보가 될 뿐이겠지요.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이 사라집니다” 같은 말은 허울스럽습니다.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이란 무엇인지요? 우리는 어느 책을 읽고 싶은가요? 아름책을 챙기는 사람은 ‘책은제값에’란 틀이 없더라도 언제나 ‘책을제값에’ 사읽어 왔습니다. 여느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기를 바라요. 여느 사람들한테 책마을 민낯과 속내를 환히 드러내고서, 책마을부터 뜯어고치는 길을 밝힌 뒤, ‘책은제값에’를 이루를 길을 새로 찾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우리의 언어로 된 이야기를 자유롭게 쓰고, 펴내고, 보급하고, 추천하고, 판매하고, 읽을 수 있는 독서문화 생태계를 살리는 과정에서 더는 소모적인 ‘할인 논쟁’과 ‘할인 시비’는 자제해야 합니다. (8쪽)


할인 폭이 커지면 당장은 싸게 사는 것 같지만 출판사들은 어쩔 수 없이 할인을 염두에 두고 책값을 더 높일 수밖에 없어요. (14쪽)


할인 마케팅이나 공짜 경품을 많이 줄 수 없는 자본력 없는 출판사, 상대적으로 할인율이 낮은 서점들의 생존율이 매우 낮을 것이란 점은 명약관화하다. (27쪽)


비영어권 문화 선진국들이 한결같이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것은 문화 다양성의 유지, 언어 정체성의 제고, 유통질서 확립을 통한 출판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의 소산이다. (4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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