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 생활 수집
김정희 지음 / 탐프레스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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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6.17.


책집지기를 읽다

20 《책방지기 생활 수집》과 대구 〈서재를 탐하다〉



  대구·경북에 계신 적잖은 분들이며 부산·경남에 계신 숱한 분들은 그 고장에 꼴통에 꼰대가 많다고 말씀하는데, 광주·전남이며 전주·전북에도 꼴통에 꼰대는 많습니다. 어느 쪽(정당)을 ‘묻지 마’처럼 밀기만 하는 분들은 어느 고장에나 적잖습니다. 경상도나 전라도나 서울도 매한가지입니다. 가만 보면, 온나라에 꼴통에 꼰대가 넘실거립니다.


  참하거나 바르거나 깨끗하거나 밝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게 일하려는 사람만 벼슬을 얻어야 나라가 아름다워요. 벼슬자리란 대수롭지 않습니다. ‘닭벼슬’이 대단할 수 없어요. 대수롭거나 대단한 곳은 언제나 ‘우리 스스로 짓는 오늘 하루라는 삶’입니다.


  누가 저지른 잘못이나 말썽을 잊어야 할 까닭은 없으나, 보아줄(봐줄) 수는 있어야 어른입니다. 나이만 먹는 사람은 어른이 아닌 늙은이입니다. 어른이라는 자리는 철이 들면서 온누리를 오롯이 사랑으로 돌보는 마음하고 몸이 어우러진 빛줄기인 사람을 가리켜요. 이 나라에는 어른이 드물고 ‘어른 시늉을 하는 늙은이’가 흘러넘친다고 해야 옳습니다.


  대구 한켠에서 작은 아줌마로 일하는 이웃님 한 분이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이란 책을 2022년 겨울에 선보였습니다. 참 놀라운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어제·오늘·모레를 잇는 실타래를 풀꽃나무에서 찾아보는 눈썰미가 사랑스럽습니다. 곰곰이 보면 전라도는 들하고 바다가 넓되 멧골은 그리 깊지 않습니다. 경상도는 바다가 멀거나 무척 깊어 가까이하기 쉽지 않은데다가 들이 썩 넓지 않은데, 멧자락이 꽤 깊고 넓습니다. 뚝딱터(공장)가 경상도에 몰렸다지만, 전라도에도 뚝딱터가 알게 모르게 무척 많아요.


  전라도 너른들은 예부터 ‘이웃하고 넉넉히 나누는 살림터’가 아닌 ‘벼슬아치·우두머리가 사람들 피고름을 짜내는 눈물터’였어요. 살림터 아닌 눈물터에서 살아가는 일이란 팍팍하지요. 경상도 멧골은 벼슬아치·우두머리가 피고름을 짜낼 만한 터전하고 멀어요. 다들 오종종 뭉쳐서 힘을 모아야 살아낼 만한 터전입니다.


  대구 마을책집 〈서재를 탐하다〉 지기님은 대구랑 서울 사이를 오가다가 대구에 깃들면서 책모임을 동무하고 오래 꾸렸고, 어느새 책집을 열고 펴냄터를 차려서 이야기꽃을 손수 일굽니다. 2022년부터는 서울책잔치(서울국제도서전)에도 나가서 책판을 살며시 열어 책이웃을 새롭게 만나기도 하지요.


  〈서재를 탐하다〉는 처음 연 곳을 떠나 새터를 잡았습니다. 숱한 마을책집은 ‘우리 집(자가소유)’이 아니라서 삯(임대료)을 치르면서 빌려씁니다. 숱한 마을책집은 가게삯을 대면서 일삯을 벌기에 만만하지 않은 얼거리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만만하지 않은 길을 꿋꿋하게 걸어갑니다. 꿋꿋하되 싱글싱글 웃는 낯으로 조잘조잘 수다판을 엽니다. 책집살림을 여미기가 수월하지 않대서 찡그리며 살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글 한 줄에 서린 빛을 느끼고 누리고 나누고 어깨동무하려는 길이기에 마을책집입니다. 더 많이 팔거나 더 돈을 벌려는 마을책집이지 않습니다.


  “마을책집 으뜸이(동네책방 성공사례)”가 굳이 나와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낳아서 어버이로서 돌보는 아이들이 ‘훌륭이(성공사례)’가 되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자 삶이며 살림인 사랑입니다. 비록 전라숲은 작고 조촐하지만, 경상숲하고 다르게 푸릅니다. 경상숲은 강원숲보다는 작을 테지만 무척 크고 깊으면서 아름답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뜻을 이룰(성공)까요? 어떤 책을 곁에 두기에 사랑을 속삭일까요? 어떤 책을 손수 쓸 적에 눈망울을 빛내면서 이야기꽃을 피울까요? 어떤 마음으로 이웃을 사귀고 만나면서 두런두런 마음을 나누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고장을 아름터로 가꾸는 실마리를 찾아낼까요?


  모든 책집은 ‘책집지기 책마루(서재)’입니다. 책집마실을 할 적에는 ‘책집지기 책마루’를 누리는 셈입니다. 이러한 책을 품으면서 하루를 그리고 삶을 노래하고 아이를 돌보면서 오늘을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낄 ‘책마루’를 활짝 여는 마을책집입니다. ‘아줌마 책집지기’가 선보인 ‘아줌마 이야기’는 더없이 상냥합니다.



《책방지기 생활 수집》(김정희, 탐프레스, 2023.6.5.)



적어도 삶이란, 목표와 계획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선택과 행동 그리고 구체적인 사건이 있을 뿐이었다. (20쪽)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내게 ‘취미’냐고 물어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 보이는 모습 때문일 거다. 책방 문을 4시에 닫는다는 것, 커피 마시며 책을 읽는다는 것, 모임인지 수다인지 늘 모여 뭔가를 하는 것 등 모든 것이 이유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라고 말이다. (34쪽)


내가 신발가게 주인인데 손님이 와서 “여기 있는 신발 빌려줄 수 있나요?”라던지 “아……, 이 신발 판매하는 거였어요?”라고 말하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인데 말이다. (43쪽)


확실한 건 책방지기는 시간과 노동과 가치를 파는 사람이며, 내가 하는 일의 쓸모와 값어치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65쪽)


우리는 생각하는 여자가 되기로 했다. 기존의 삶에 질문을 던져 보기로 했다. (131쪽)


이번 도서전을 통해 알게 된 게 있다. 독자의 손에 들리는 데 중요한 것은 이야기였다. 다소 투박하고 어설퍼 보여도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에 독자들은 반응했다. (193쪽)


+


책을 사랑하는 문학소녀도 아니었던 내가

→ 책을 사랑하는 아이도 아니던 내가

→ 책순이도 아니던 내가

→ 글순이도 아니던 내가

→ 글꽃순이도 아니던 내가

8쪽


수많은 사물 중에 왜 책이 좋은 건지

→ 숱한 살림 가운데 왜 책이 좋은지


사방이 통창인데 어두운 구석에서 혼자만의 시간에 흠뻑 빠져 있었다

→ 둘레가 트였는데 어두운 구석에서 혼하루에 흠뻑 빠졌다

→ 온통 틔움인데 어두운 구석에서 혼누리에 흠뻑 빠졌다

18쪽


잃어버린 나를 찾아 삼만리라도 떠나야 할 것 같은 심정이었다

→ 잃어버린 나를 찾아 먼길이라도 떠나야 할 듯 싶었다

19쪽


꼭 들르게 된다

→ 꼭 들른다

27쪽


분기별로 돌아오는 도시락데이 때 일이다

→ 철마다 돌아오는 도시락날 일이다

54쪽


우리 잘살고 있는 거 맞지?

→ 우리 잘살지?

57쪽


대구로 내려가야겠다고

→ 대구로 가야겠다고

82쪽


남편에게 어떻게든 수익을 만들어 보겠다고 결단을 내보였다

→ 짝한테 어떻게든 돈을 벌어 보겠다고 다짐을 내보였다

→ 곁님한테 어떻게든 밥벌이를 하겠다고 다잡아 보았다

9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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