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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창작법
데즈카 오사무 지음,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6.15.
인문책시렁 225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창작법》
데즈카 오사무
문성호 옮김
AK hobbybook
2015.10.25.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창작법》(데즈카 오사무/문성호 옮김, AK hobbybook, 2015)이 나온 2015년부터 여덟 해가 흐르는 동안 우리 집 두 아이는 이 책을 ‘그림꽃 길잡이(만화창작 길잡이)’로 삼습니다. 두 아이 스스로 그림꽃을 신나게 여미다가 막힌다든지 어려운 대목을 만나면 한참 끙끙대다가 이 책을 조용히 읽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고, 테즈카 오사무 님 여러 그림꽃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읽어요. 이러면 어느새 스스로 기운이 북돋는지 즐겁게 붓을 쥡니다.
한글판으로 나온 길잡이책 가운데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창작법》이 으뜸이라고 느낍니다. 2023년까지 나온 책을 두루 보고 읽고 짚으면서 ‘어린이·푸름이뿐 아니라 어른한테 길잡이책으로 건넬 만한 책’은 언제나 이 한 가지였습니다.
왜 이 하나 말고는 길잡이책을 안 건넬까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먼저 읽어 보면서 느낄 노릇입니다. 어린이가 읽을 만한지 아닌지 먼저 느끼고 알아보고 깨달아야 합니다. 어린이가 글이나 그림이나 빛꽃(사진)으로 담고 싶은 이야기를 저마다 스스로 사랑이란 마음으로 찾아내도록 북돋우는 길을 살필 일입니다.
글을 쓰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붓? 종이? 셈틀? 손전화? 또는 글을 실을 자리? 글을 여미어 펴낼 곳? 띄어쓰기? 맞춤길? 꾸밈길(수사법)? 뭘 살피거나 알거나 익혀야 할까요?
그림을 그리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하나씩 생각해 봐요. ‘생각’을 할 노릇입니다.
모든 곳에서 똑같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지은 ‘삶’이 있을 적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빛꽃을 찍습니다. 삶이 없는 마당에 무슨 글이고 나발이고 있겠습니까? 삶이란, 잘난 삶도 못난 삶도 아닌, ‘내가 스스로 걸어온 길에 누린 하루’입니다.
아기는 아기로서 목을 가누고 침을 흘리면서 잠들고 젖을 물다가 웃는 삶이 있기에, 아기 손에 붓을 쥐어 주면 도리도리 흔들다가 입에 척 넣고 우물우물하고는 뱉습니다. 아기 나름대로 하는 ‘글쓰기’입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그동안 뛰놀거나 억눌린 채 보낸 삶이 있기에, 어린이 손에 붓을 건네면 여러모로 생각해 보고서 어른한테 터뜨리는 꾸중이라든지 스스로 노래하는 사랑을 굵고 짧게 들려줍니다.
‘만화창작’이나 ‘문학창작’이나 ‘예술창작’은 모두 같습니다. ‘기술창조’나 ‘경제발전’이나 ‘평화정책’도 다 같습니다. 바탕은 ‘삶’입니다. 첫걸음은 ‘사랑’입니다. 삶을 스스로 누린 바탕에 사랑이라는 꿈을 그려 나가면, 우리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건 모두 아름다이 열매를 맺습니다.
삶을 안 바라볼 뿐 아니라, 사랑을 씨앗으로 안 심으면, 아무리 멋을 부리거나 꾸미더라도 헛소리나 헛발질로 맴돕니다. 그러니까 글·그림·그림꽃·빛꽃을 비롯해서 ‘정치·사회·문학·문화·예술·학문·학교’를 바라볼 적에는 늘 이 두 가지 ‘삶·사랑’이라는 눈으로 살피면 됩니다. 여기에 하나를 보태면 ‘숲’이라는 눈을 들 만합니다.
삶을 그리는 사랑을 숲빛으로 펴면서 살림을 짓는 사람이기에 아름답습니다. 오직 이뿐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숱한 사람들은 ‘베스트셀러’란 허울에 사로잡힌 나머지 ‘우리 삶·사랑·숲·살림’하고 너무 멀군요. ‘바쁘고 높으신 베스트셀러’를 걷어치우지 않는다면 ‘인구소멸’도 걷어내지 못 합니다. 왜 그럴까요? 모든 삶은 나란히 흐르니까요. ‘우리 이야기’를 바라볼 적에 ‘우리 마을’이 살아나고, ‘우리 이야기’가 삶이요 사랑이며 숲인 줄 알아차릴 적에 ‘우리 누구나 지음이(창작자·창조자)’로 일어섭니다.
ㅅㄴㄹ
그림 종이를 펼치도록 하자. 당신이 지금 바라는 것을 거기에 글로 써 보자. 문장 형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냥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욕구나 불만을 문자로 써 보자. (11쪽)
사실 아톰의 머리 모양은 내가 모델이다. 내가 젊었을 때, 머리가 아직 타고난 곱슬머리였을 때, 목욕을 하고 나오면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뻗쳐서 곤란한 일이 많았다. (26쪽)
만화가들이 어시스턴트를 고용해 먹칠을 시키게 된 것은, 만화 주간지 시대가 되어 양산을 강요받게 된 이후부터다. 하지만 작품에 애착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먹칠이나 지우개질까지 다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52쪽)
만화에서 각각의 개성은 작가가 모델인 주인공으로 결정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러므로 주인공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면, 우선 자신의 얼굴을 그려 보도록 하자. (97쪽)
어린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책을 사주는 것보다,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는 쪽이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159쪽)
내가 젊었을 때는 만화를 그린다고 하면 “뭐, 재밌는 취미를 가지셨네요.”같이 비아냥대며 놀리기 일쑤였다. 그때의 버릇이 남아서, 지금도 사람들 앞에서 만화를 그릴 때와 도시락을 먹을 때는 나도 모르게 다른 한쪽 손으로 숨기려고 한다. 한심한 조건반사다. 요즘 젊은이들은 그런 면에서 당당하게 여봐란듯이 그릴 수 있는 처지다. 그림을 못 그린다고 해서 부끄러워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대담하게 그리자. (23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