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30.
《지구를 항해하는 초록배에 탑니다》
김연식 글, 문학수첩, 2021.7.16.
비그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랗게 물드는 하루이다. 바람노래를 듣고, 새노래를 듣는다. 푸릇푸릇 돋는 풀을 본다. 모싯줄기가 높이 오르려는 이즈음 차조기가 돋는다. 우리 뒤꼍에 차조기는 안 돋았지만, 마을 논둑에서 씨앗을 조금 받아서 슬슬 뿌렸더니 모시 곁에서 나란히 오른다. 풀씨는 풀풀 날리듯 춤추면서 흩뿌리면 잘 올라온다. 풀씨는 훌훌 바람을 타고서 날아다니니 온누리를 부드러이 풀어주면서 푸근히 덮는다고 느낀다. 쉬고 자고 읽고 일하다가, 다시 쉬고 자고 읽고 일한다. 《지구를 항해하는 초록배에 탑니다》를 읽었다. ‘ㅇㅅ(일하는 사람들)’으로 간추려서 내는 작은 꾸러미이다. 퍽 오랜만이로구나. 우리말 닿소리로 우리 이야기를 담으려는 꾸러미가 반갑다. 영어나 한자여야 뭔가 새길을 나타낼 수 있다는 마음이란, 얼마나 갇히고 답답한 굴레인가? ‘ㅇㅅ’이 얼마나 곱고 새로운지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고흥은 ‘ㄱㅎ’이고, 서울은 ‘ㅅㅇ’이며, 부산은 ‘ㅂㅅ’이고, 광주는 ‘ㄱㅈ’이다. 닿소리가 똑같은 고장이어도 좋다. 우리가 스스로 이야기를 여미어 펴면 언제나 반짝이고 눈부시고 아름답다. 다만, 책이름은 “푸른별을 가르는 푸른배에 탑니다”라 붙이면 훨씬 어울렸으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