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28.


《부산의 고개》

 동길산 글, 비온후, 2022.11.25.



절뚝이는 왼다리로 새벽바람을 마시며 길을 나선다. 아직 아무도 안 일어난다. 조용히 짐을 꾸린다. 안개가 뿌옇다. 마을고양이가 안갯길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슬금슬금 나무 곁에 선다. 서울을 거쳐 인천으로 간다. 〈그루터기〉에서 그림책을 장만하고, 〈책방 모래내〉하고 〈딴뚬꽌뚬〉에 들르는데 둘 모두 앞모습만 훑었다. 이다음 마실길에 들를 수 있겠지. 17시에 일찌감치 길손집에 깃들어 곯아떨어진다. 이튿날 갈 곳을 어림한다. 《부산의 고개》를 읽으며 온나라 모든 고장에서 “우리 고장 고개 이야기”를 꾸려내면 참 뜻있겠다고 느꼈다. 우두머리(권력자)가 나오는 발자취가 아닌, 마을을 이루며 살아온 사람들이 서로 얽히고 어우러진 하루를 담아내는 이야기를 담으면 값질 테지. 자취(역사)는 총칼(전쟁)로 이루지 않는다. 나라(정부·학교)에서는 총칼로 피비린내를 흘린 자취만 마치 역사인 듯 다루고 가르쳐서 길들이려 하는데, ‘고개’ 하나하고 얽힌 살림이 바로 우리 자취요, 고개에 붙인 이름 하나가 우리 발자국이다. ‘멸치’는 왜 멸치인지 알려면 ‘수글(한문)로 남은 책’을 뒤져서는 모른다. 살림을 지은 수수한 사람들이 주고받은 ‘가멸다’란 삶말을 읽으면 실마리를 매우 쉽게 풀 수 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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