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생수 애장판 2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6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2023.6.3.
책으로 삶읽기 812
《기생수 2》
이와아키 히토시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3.6.25.
《기생수 2》(이와아키 히토시/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3)이 처음 한글판으로 나오던 무렵을 떠올려 본다. 2003년에는 ‘완전판’이 나왔으나, 앞서 몰래책(해적판)이 먼저 나왔고, 이윽고 ‘정식 한글판’이 나왔다. 1990년대 끝무렵에 이 그림꽃은 ‘끔찍한(잔인한)’ 모습이 자주 나온다면서 ‘청소년 유해도서’로 다루었다. 참말로 그림꽃(만화)은 아예 읽지도 않는 머저리들은 아무 책이나 함부로 ‘나쁜책’이라며 빨간금을 죽죽 긋더라. 사람들을 아무렇게나 거꾸러뜨리는 숱한 ‘전쟁영화’는 뭔가? 놈(적군)을 쓰러뜨리는 미친 그림(전쟁영화)은 ‘안 나쁠’ 수 있는가? 2010년 즈음 이르러 비로소 《기생수》는 ‘청소년 추천도서’란 이름을 이따금 받지만, 이 그림꽃을 제대로 헤아리거나 읽으면서 푸른씨한테 읽히는 어른은 몇이나 될까? 책·영화·만화 모두 한 벌 슥 훑었다고 해서 줄거리나 이야기를 다 알아보았다고 여기면 똑같이 머저리일 수밖에 없다. 되읽고 거듭거듭 살피면서 우리 삶을 어떻게 그려내어 꿈씨앗과 사랑씨앗을 심으려 했는가를 짚을 때에, 비로소 ‘읽었다’는 말을 쓸 만하다. 왜냐하면, ‘읽다·익다(익히다)’는 같은 말밑이다. 한 판 슥 했대서 ‘익숙’할 수 없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사람들은 사람누리(인간세계)가 무엇인지 거의 잘 모른다. 이제 다들 너무 바쁘다. 예전에는 우두머리가 윽박지르면서 위아래(신분계급)를 가른 탓에 사람 스스로 사람을 못 보았다면, 요새는 돈 때문에 바빠서 스스로 사람빛을 잃었다. 《기생수》는 사람빛을 처음부터 새롭게 바라보면서 찾아가려는 몸부림을 눈물꽃으로 들려준다.
ㅅㄴㄹ
“너, 내내 깨어 있었으면서 왜 제 시간에 안 깨웠어?” “인간 사회에 대해선 알 바 없어. 네가 늦잠을 잔 건 몸이 수면을 요구하기 때문이겠지. 휴식은 몸에 좋아. 네 건강은 내 건강이기도 하니까.” “네네, 어련하시려구요.” (4쪽)
“너는 어머니가 살해당해, 기생생물의 ‘동족’인 내게 강한 악의를 갖게 된 듯하다. 나도 내 약점을 네게 밝히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망설인 거야. 하지만 네게 알려주지 않으면, 더 위험할 거라고 판단했다. 알겠어?” (139쪽)
“이, 이놈은 물론 네 어머니는 아니야. 하지만, 역시 네가 죽여서는 안 될 것 같았어.” (234쪽)
‘한심해서 원. 할 일이 그렇게도 없나. 그나저나 인간의 움직임이란 기생생물에 비하면 형편없이 둔하다니까. 마치 정지화면을 보는 것 같군. 저 봐. 아직 여기까지밖에 못 왔잖아. 피하는 거야 간단하지만 피하면 피했다고 이 녀석이 또 열받겠지. 일부러 맞아 주는 건 분하지만, 이렇게 느린 펀치라면 맞아도 별일 없을 거야. 아, 귀찮아 죽겠네.’ (265쪽)
#寄生獣 #岩明均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