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주의력 2023.5.29.달.
자꾸 ‘딴청’을 한다고 여기는 눈이 있어. ‘하라는 대로 안 하’기에 ‘따라오라는 대로 안 따라오’기에 ‘딴청’이라 여기지. 그런데 거꾸로 볼 수 있을까? 자리를 바꿔 보렴. ‘네가 보기에 딴청’인 저 사람은 참말 ‘딴청’일까? 저 사람은 저 사람대로 스스로 마음이 가는 길로 마음을 기울여서 즐기는 눈짓·몸짓이지 않아? ‘딴청(주의력 결핍)’을 하는 까닭을 살펴봐. 누구나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두루 한단다. 너는 나를 보면서 내 말을 듣는구나. 이러면서 숨을 쉬네. 이러는 네 몸에 바람이 돌고 피가 도는구나. 네가 아까 마신 물도 네 몸 구석구석으로 퍼지고, 네가 아침에 먹은 밥을 속에서 삭이느라 바쁘네. 네 몸뚱이는 반듯하게 서느라 힘을 쓰고, 네 머리는 ‘들은 이야기를 받아들여서 알’려고 쉬잖고 반짝여. 넌 으레 ‘한 가지만 한다’고 여길는지 모르지만, 넌 언제나 한꺼번에 ‘숱하게 다른 온갖 일’을 하면서 느끼고 받아들이고 살아간단다. ‘딴청(주의력 결핍)’이란 무엇일까? 네가 늘 ‘온것(모든일)’을 한꺼번에 두루 두 하는데, 정작 너 스스로 이런 네 몸·삶을 바라보지 않거나 느끼지 않는 일이야말로 ‘딴청’이 아닐까? 네가 네 ‘몸흐름·마음빛·머리’를 네 넋으로 하나하나 짚으면서 바라보고 받아들인다면, 너는 네 꿈(머리로 지어 마음에 심은 생각빛씨앗)을 늘 그때그때 일구면서 이루고 잇는단다. ‘네 삶’에 ‘네 넋’을 담으면서 맞이하는 하루가 아닐 적에 ‘딴청’이라고 가리켜야 알맞아. 무엇보다도 네 귀는 늘 다 듣고, 네 살갗은 다 느끼고, 네 눈도 다 본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