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꽃
곁말 110 달가림
해가 질 무렵 큰아이하고 마을길을 걷다가 우람한 후박나무 가지 사이로 붉은빛을 봅니다. 뭘까 하고 바라보니 저 멀리 달이 붉게 뜨는 모습이더군요. 슬슬 저녁을 차리는데 마당에서 뛰놀던 작은아이가 우리를 부릅니다. “저기 봐! 달이 사라져! 얼른 나와 봐!” 해가 질 무렵 붉게 오르던 보름달이 어느새 꽤 사라집니다. 우리별(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군요. 처음에는 조금 가리고, 이내 뭉텅 가리더니, 어느새 온통 가립니다. 우리별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사이에 별빛은 한결 초롱초롱합니다. 보름달이 밤을 비출 적에 꽤 밝다고 하지만, 미리내를 이루는 별이 비출 적에도 퍽 밝습니다. 오늘날 큰고장은 별빛을 살필 곳이 사라진 곳입니다. 불을 끄더라도 별을 보기 어려운 서울이에요. 그러나 사람들이 큰고장이나 서울에 북적거리지 않고 손수 흙을 가꾸며 밥옷집을 건사하던 지난날에는 어디에서나 누구나 별밤을 누렸어요. 별빛으로도 넉넉히 밝아요. 달가림이 일어나더라도 밤길을 얼마든지 거닐 만하고, 밤모습을 헤아릴 만합니다. 해누리(태양계)에서는 해도 우리별도 달도 저마다 돌기에 이따금 서로 나란히 서면서 가리곤 해요. 달가림이나 해가림을 이룹니다. 하늘바라기를 잊지 말라면서 귀띔하듯 찾아오는 별놀이 같습니다.
달가림 (달 + 가리다 + ㅁ) : 우리별(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일. (← 월식月蝕)
온달가림 (온 + 달 + 가리다 + ㅁ) : 우리별(지구) 그림자가 달을 모두 가려서 하나도 안 보이는 일. (← 개기월식)
쪽달가림 (쪽 + 달 + 가리다 + ㅁ) : 우리별(지구) 그림자가 달을 살짝 가려서 어느 쪽이 안 보이는 일. (← 부분월식)
해가림 (해 + 가리다 + ㅁ) : 1. 해가 달을 가리는 일. 해하고 우리별(지구) 사이에 달이 들어서면, 해가 달에 가려 안 보이기도 한다. ← 일식(日蝕) 2. 해를 가리는 것·자리·지붕·처마. 해가 비추거나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가린다. (← 파라솔, 차양, 차양막, 차일遮日, 차광, 차광막, 선캡)
온해가림 (온 + 해 + 가리다 + ㅁ) : 해가 달에 모두 가려서 하나도 안 보이는 일. (← 개기일식)
쪽해가림 (쪽 + 해 + 가리다 + ㅁ) : 해가 달에 살짝 가려서 어느 쪽이 안 보이는 일. (← 부분일식)
고리해가림 (고리 + 해 + 가리다 + ㅁ) : 해 한복판에 달이 들어서면서 가리되, 해를 모두 가리지 못하면서, 해가 고리처럼 보이는 일. (← 금환식, 금환일식)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