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숲빛노래 . 부채나무 2023.4.12.



봄꽃 피는 마을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멧딸기꽃 한창 퍼지면

조물조물 잎을 낸다


여름볕이 깊이 내려

들숲바다는 따뜻하고

부채처럼 잎을 펴서

푸릉푸릉 바람 낸다


가을나락 구수하고

감알은 새빨갛고

한가득 나누고 누리는 사이

노랗게 잎비를 낸다


맑게 풀어내고

밝게 품어주고

반짝이며 곁에 서는

부채잎 나무가 크다


ㅅㄴㄹ


한자로 ‘은행(銀杏)’이란 이름을 쓰는 나무는 온누리에 몇 그루 안 되는데, 우리나라에는 골골샅샅 뿌리를 내리고 굵다랗게 섭니다. 봄이 무르익을 4월이 깊으면 조그맣게 잎을 내는데, 꼭 부채를 닮은 모습이고, 더위를 식히는 부채마냥 둘레 바람을 맑게 다스리는 몫을 톡톡히 합니다. 가을이 깊으면 샛노란 잎을 ‘금비’처럼 내리고 동그란 열매도 떨구는데, 잎은 흙을 살리고 알은 사람몸에 이바지합니다. 푸르게 노랗게 맑고 밝은 ‘은행나무’는 ‘부채나무’예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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