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넋 

책하루, 책과 사귀다 178 지기



  어느 책집이든 책집지기가 돌봅니다. 책집을 꾸리는 밑힘은 늘 책집지기입니다. 책집지기는 스스로 사랑하는 책을 건사하면서 책시렁을 추스릅니다. 때로는 ‘손님이 바라는 책’을 갖추지만, ‘책집을 여는 마음’은 ‘그동안 스스로 사랑해 온 책을 두루 나누고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느낍니다. 먹고살 길을 찾으면서 종이쓰레기터(폐지처리장)에서 헌책을 줍고, 골목에서 헌책을 건사하면서 길장사부터 연 책집지기는 ‘스스로 사랑할 책’을 쳐다볼 겨를이 없이 ‘손님이 바라는 책’만 살피면서 바쁘게 살아내며 비로소 책집을 차리는 나날을 맞이합니다. 책을 잘 모르는 채 ‘손님이 바라는 책’을 만지던 일꾼에 머물러도 안 나쁘지만, 책집지기라는 이름으로 거듭날 적에는 ‘손님이 함께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책집지기 마음’을 책마다 살포시 얹어요. 스스로 배우며 사랑을 느낀 책을 한켠에 놓고, 손님한테서 배우며 사랑을 느낀 책을 곁에 놓는 얼개입니다. 지은이하고 읽는이 사이에 선 책집지기는 징검다리이자 길목입니다. 그리고 책집지기는 읽는이란 자리에 나란히 있기도 합니다. 스스로 읽기에 가꾸고, 배우며 읽기에 돌보고, 어깨동무로 읽기에 사랑하고, 새롭게 읽기에 빛나는 곳이 책집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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