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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는 앉은뱅이 ㅣ 창비시선 23
양성우 지음 / 창비 / 1980년 4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5.23.
노래책시렁 332
《북치는 앉은뱅이》
양성우
창작과비평사
1980.4.25.
우리 집 아이들은 멧딸기를 따면 으레 먼저 맛보라며 내밉니다. “너희가 먼저 먹지?” “아녜요. 먼저 맛봐요.” 해마다 오월이면 멧딸기를 그리며 우리 집 뒤꼍이며 들숲을 헤아립니다. 찔레꽃내를 맡고, 감꽃내를 마시고, 유자꽃내를 들이켭니다. 나이듦이 아닌 철듦을 바랍니다. 나이먹기 아닌 철머금기를 바라요. 《북치는 앉은뱅이》는 사슬터(감옥)에 갇힌 몸으로 몰래 눌러쓴 글을 그러모았다고 합니다. 1980년 얼음나라는 이 노래책을 사람들이 읽지 못 하도록 틀어쥐고서 활활 불태우기도 했습니다. 골목뿐 아니라 한길에서까지 사람을 패고 돈을 빼앗는 얄개가 설치던 지난날에는 노래를 노래로 여기지 않고 불태우는 무리가 있었다면, 뒷길로 뒷돈을 주고받는 무리가 많은 오늘날에는 노래책을 불사르지는 않되 끼리끼리 노는 무리가 수두룩합니다. 마음을 시커멓게 태우는 이들을 어찌할 노릇일까요? 그런데 어린이를 먼저 바라보기를 바라요. 사납놈 아닌 어린이가 선 땅을 바라본다면, 붓을 어찌 쥐어야 할는지 실마리를 풀리라 봅니다. 어린이한테 물려줄 나라이듯, 어린이가 물려받을 말과 글과 넋과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틀림없이 꽝꽝 얼리면서 꽝꽝 터뜨리고 짓밟았습니다만, 그들한테 주먹질로 맞선다면, 쳇바퀴는 고스란합니다.
ㅅㄴㄹ
연애소설의 천분의 일도 읽히지 않는 / 시를 쓰다가 / 여기 와서 타의로 절필하고, / 한달에 한번씩 면회 오는 형수를 / 한달에 한번씩 울리니, / 보아라 우리 형수를 보아라, / 그 춘삼월 가마 타고 사포나루 건너던 / 새색시 얼굴이 아니다. (형수/26쪽)
사랑하는 사람들, 지금 어디 / 산비탈길 큰들을 나르며 / 멍들고 타는 그 입술 깨물고 있을까? / 갈라 터진 논바닥 후벼파면서 / 남모르는 노래를 소리 죽여 부르고, 혹은 이리저리 허리 굽고 몰리며 / 안으로 안으로만 흐느끼고 있을까? (마루 위에 쓴 詩/35쪽)
《북치는 앉은뱅이》(양성우, 창작과비평사, 1980)
길고 추운 마루 위의 밤
→ 길고 추운 마룻밤
10쪽
침묵의 땅은 비에 젖고
→ 고요한 땅은 비에 젖고
→ 말없는 땅은 비에 젖고
15쪽
별의 시인 윤동주의 마지막 비명을 듣는다
→ 별 노래님 윤동주 마지막 소리를 듣는다
→ 별을 그린 윤동주 마지막 목청을 듣는다
33쪽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대답하라
→ 숲메가 소리쳐 푸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말하라
→ 푸른메가 소리쳐 푸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하라
52쪽
우리들은 남산 밑의 장삼이사(張三李四)
→ 우리들은 남산 밑 들꽃
→ 우리들은 남산 밑 풀꽃
→ 우리들은 남산 밑 작은꽃
107쪽
동전 한닢에 정조를 바꾼다
→ 돈 한 닢에 몸꽃을 바꾼다
→ 서푼에 온꽃을 바꾼다
→ 푼돈에 참꽃을 바꾼다
107쪽
곤장 맞아 죽던 날 밤엔
→ 볼기 맞아 죽던 날 밤엔
→ 볼기질로 죽던 날 밤엔
12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