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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주의자 ㅣ 창비시선 466
김수우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5.20.
노래책시렁 331
《뿌리주의자》
김수우
창비
2021.11.12.
뒷종이 어디나 우리 마음과 생각과 꿈을 담아서 차곡차곡 여미면 글은 저절로 깨어납니다. 멋진 글종이(원고지)에 적어야 글이 되지 않습니다. 어느 종이에라도 적으면 됩니다. 비싼 종이에 쓰기에 값진 글이 되지 않아요. 비싼 붓을 써야 멋진 글이 되지 않습니다. 글은 늘 삶입니다. 스스로 사랑하며 짓는 살림을 담는 삶이 글입니다. 이 길을 차곡차곡 누리면 누구나 노래님입니다. 《뿌리주의자》를 읽으며 부산이라는 고을빛을 가만히 생각합니다. 저는 종이(운전면허증)를 딸 뜻이 없기에 예나 이제나 걷고, 앞으로도 걸어다니려 합니다. 2023년 5월 늦봄에도 부산 여러 골목을 거닐면서 ‘늦봄이면 온나라 어느 골목에나 눈부신 꽃찔레(장미)’를 한껏 누렸어요. 아는 분이라면 알지만, 모르는 분이라면 영 모르는 대목 가운데 하나가 ‘골목빛’입니다. 뭔가 글밥을 먹은 분들은 ‘구도심·민중생활’처럼 어렵게 들려주려 하지만, 마을사람은 그저 ‘골목빛’이에요. 골목사람으로서 골목이웃이랑 골목꽃 이야기를 해보았나요? ‘태양신’ 아닌 ‘해님’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변명과 핑계”가 겹말인 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암탉처럼 기르지 않고”란 뭘까요? ‘시적 표현’ 아닌 ‘노래하기’일 적에 부산을 사랑할 수 있어요.
ㅅㄴㄹ
잊었던 태양신이 도착했다 생선 궤짝 뒹구는 자갈치 뒷길 (칸나, 노란/10쪽)
내 사랑을 시적 장치로 삼지 않고 / 변명과 핑계를 암탉처럼 기르지 않고 / 합리를 사악한 헌금처럼 뿌리지 말고 (뿌리주의자/14쪽)
이틀 만에 붙들려 사슬에 묶였다 / 줄을 끊고 달아났던 백구 / 풀 죽어 땅바닥에 엎드렸다 / 비우지 못한 개밥 그릇에 노랑나비가 앉았다 (한바퀴/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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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주의자》(김수우, 창비, 2021)
잊었던 태양신이 도착했다
→ 잊은 해님이 온다
→ 잊고 지낸 해가 왔다
10쪽
생선 궤짝 뒹구는
→ 고기꿰미 뒹구는
→ 물고기널 뒹구는
10쪽
한때 가난한 외상 장부이던
→ 한때 가난한 외상 적이에
11쪽
내 사랑을 시적 장치로 삼지 않고
→ 사랑을 노래하지 않고
14쪽
변명과 핑계를
→ 핑계를
14쪽
두개 부고가 동시에 도착한 순간
→ 궂김일 둘이 나란히 오자
→ 떠남글 두 자락이 함께 오자
18쪽
동심원이다 비늘마다 빛나는 수천수만의 겨울
→ 겹동글이다 비늘마다 빛나는 숱한 겨울
→ 두동그라미 비늘마다 빛나는 가없는 겨울
40쪽
폐기물 자루에 처박힌
→ 쓰레기 자루에 처박힌
67쪽
떨리며 풍경(風磬) 소리를 냅니다
→ 떨리며 처마꽃 소리를 냅니다
→ 떨리며 바람새 소리를 냅니다
102쪽
#노래합시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