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책이 무슨 잘못입니까만 (2023.5.19.)
― 부산 〈예스24 F1963〉
서울 강서에 깃든 마을책집 〈다시서점〉은 5월 18일에 열었다고 합니다. 2023년은 ‘열돌’이에요. “열 해면 숲이 바뀐다(십 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말처럼, 지난 열걸음은, 마을책집 한 곳이 마을숲으로 나아가는 씨앗을 심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새로 걸어갈 열걸음도 하루하루 즐거이 노래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늘 5월 19일에 전남 고흥에서 부산으로 건너오며 서울 한켠 작은책집을 가만히 그려 보았습니다. 이레 뒤에 서울 강서로 날아가서 볏골(화곡동) 어린이하고 노래쓰기(동시창작) 이야기를 펼 텐데요, 노래(시·동시)는 꾼(전문가·문학인)만 쓰는 글이 아닙니다. 누구나 말을 하고, 누구나 글을 읽기에, 누구나 노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노래는 조촐히 꾸러미(책)로 여밀 만합니다.
셈 ‘10’은 ‘열’로 셉니다. ‘십(十)’으로 안 셉니다. 요새는 북녘에서 셈을 어떻게 읽는지 모르겠으나, 《보리 국어사전》 엮음빛(편집장)으로 일하느라 연변조선족자치주 이웃을 만나며 말씨를 귀여겨듣던 2001∼2003년에는 “여러 열(수십)”이라든지 ‘세열(삼십)·넉열(사십)’ 같은 말씨를 이따금 들었어요. 그때에 이런 셈읽기를 들으며 놀랐지요. “여러 열”에 ‘닷열’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말 ‘열’은 ‘열다’랑 맞물립니다. 셈 ‘10 = 열·열다·틈·틔움·눈뜸·움·싹’, ‘100 = 온·오롯·옹글·알·얼’, ‘1000 = 즈믄·즐거움·집·지음’, ‘10000 = 골·고을·곱다·곰·검·고요·밤’, ‘억(億) = 잘·잘하다·자랑·잠·젖·잣’, ‘조(兆) = 울·우리·하늘·하나·누리·빛·숨’을 나타냅니다.
작은책집 한 곳 ‘열돌’이란, 새길을 여는 첫씨입니다. 마을책집 한 곳 ‘스무돌’을 지나고 ‘서른돌’에 ‘마흔돌’로 나아간다면 온누리를 새롭게 일구지요.
큰책집이자 누리책집인 〈예스24 F1963〉으로 가려고 수영 골목을 걸었습니다. ‘왜놈’을 물리친 곳을 알리려는 시늉(조형물)이 곳곳에 있군요. 칼을 쥐고 화살을 날리고 주먹을 흔드는 시늉을 보며 혀를 찼습니다. 우리 아이들한테 불길(분노)을 물려주어야 할까요? 작은 골목집마다 5월 늦봄을 빛내는 꽃찔레(장미) 덩굴이 눈부십니다. 우리는 이 ‘골목빛’을 아이들한테 들려주고 물려주어야 비로소 어른으로 새빛을 열리라 봅니다. 주먹질 아닌 골목꽃·마을꽃이 빛(문화유산)입니다.
아무튼 커다란 〈예스24 F1963〉에 등짐을 내려놓고서 한참 둘러보았습니다. 자리값(공간활용)을 너무 못 하더군요. 손이 안 닿을 뿐더러 사다리도 안 보이는데, 책을 시늉(장식품)으로 때려박고서 잘난책(베스트셀러) 장사에만 힘을 쏟네요. 책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만, 이런 눈먼 장삿길로 돈을 벌면 뭘 할 만할까요?
ㅅㄴㄹ
《자연의 신비 7 괭이갈매기》(오다 히데모토 쿠보 히데카즈/편집부 옮김, 교원, 1990.2.20.첫/1997.11.27.20벌)
《밀리의 특별한 모자》(키타무라 사토시/문주선 옮김, 베틀북, 2009.4.15.)
《용감한 아이린》(윌리엄 스타이그/김서정 옮김, 웅진주니어, 2000.12.28.)
《베렌스타인 곰가족 1 왕호박과 괴물의 대결》(스탠 & 잰 베렌스타인/서창렬 옮김, 도토리창고, 2010.7.20.)
《노란 샌들 한 짝》(캐런 린 윌리엄스·카드라 모하메드 글, 둑 체이카 그림/이현정 옮김, 맑은가람, 2007.10.25.첫/2020.12.11.11벌)
《꼬마 돼지》(오드리 우드·돈 우드/최정선 옮김, 보림, 2000.5.30.첫/2024.3.25.8벌)
《에란디의 생일 선물》(안토니오 에르난데스 마드리갈 글·토미 드 파올라 그림/엄혜숙 옮김, 문학동네, 2009.5.12.)
《물 속을 나는 새》(이원영, 사이언스북스, 2018.9.2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한심한 부산 수영 예스24 매장'을 보면서
이곳 예스24 직원들은
'경쟁업체 알라딘중고샵'을
가 본 적이 없는지 궁금했다.
적어도 '알라딘중고샵 매장운영'을
구경이라도 하면서
보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참 한심한 예스24 중고매장을
부산 수영구에서 보았다.
아니, 예스24 관리자와 대표와 직원을 넘어,
부산시청과 부산 수영구청과 부산문화재단
공무원들이 부산에서 무슨 짓을
이렇게 벌여놓고서
부산을 망가뜨리는 꼴인지
헛웃음이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