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18.

말 좀 생각합시다 76


 위밑옆


  어느 분이 “‘상하좌우(上下左右)’라 하면 말이 짧아요. 바로 알아들을 수 있고요. 그런데 이를 한자 아닌 한국말로 하려면 ‘위아래왼쪽오른쪽’이 되니 너무 길어요. 한자로 하면 짧아서 경제성이 있습니다.” 하고 말하더군요.


  이 말에 나오는 ‘경제성’이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짧아야 좋다고 여긴다면 우리말로도 얼마든지 짧게 말할 만합니다. 다만 짧다고 해서 늘 좋을 수 없는 줄 알고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짧게 말하는데 못 알아듣는다면? 짧게 말하고서 이래저래 풀이말을 붙여 주어야 한다면?


  어른이라면 ‘상하좌우’를 웬만큼 알겠지요. 이와 달리 어린이라면 이 한자말을 모르기 일쑤예요. ‘상하좌우’를 못 알아들어서 묻는 어린이는 반드시 있습니다. 이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짧아야 좋다’고만 따져야 할까요?


  한자말 ‘좌우’는 ‘왼오른’입니다. 석 글씨입니다. 그런데 한자말로 가리키는 ‘좌우’란 ‘옆’이나 ‘곁’이나 ‘둘레’이기도 합니다. 이쪽하고 저쪽이지요. ‘옆’하고 비슷하지만 다른 ‘곁’이며 ‘둘레’를 헤아려 봅니다. 짧기로 본다면 ‘옆·곁’이야말로 짧습니다. 두 낱말은 결을 달리 나타내면서 더 알맞게 다룰 수 있어요. ‘둘레’는 길이가 같아요.


  이다음으로 살피면, ‘위아래옆’처럼 짧게 끊을 만합니다. 그리고 ‘위밑옆’처럼 글씨 하나를 더 줄일 만해요. ‘위밑곁’이라 할 만하고 ‘위아래둘레·위밑둘레’나 ‘위아래곁·위아래둘레’라 해도 어울려요.


  말이란, 길기에 안 좋거나 짧기에 좋을 수 없습니다. 무엇을 나타내려 하는가를 살필 노릇이요, 누구하고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나누려 하느냐를 함께 헤아릴 노릇입니다. 이러면서 우리 나름대로 언제든지 새말을 빚을 수 있어요. 우리는 ‘위밑옆·위밑곁’을 쓸 만하며 ‘위밑왼오른’처럼 써도 됩니다. 이제부터 써 볼 수 있어요. 우리말로 생각을 새로 뻗으면 됩니다. 자리하고 때에 걸맞게 우리말로 새롭게 슬기를 빛내어 이 말 저 말 지으면 즐거워요. 아이더러 알맞게 새말을 짓도록 이끌면 되고, 어른도 틈틈이 새말을 지으면서 어깨동무를 하면 사랑스럽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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