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13.

오늘말. 풀집


예나 이제나 임금님은 풀집에서 살지 않습니다. 임금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 작은 흙집에서 살아가는 일도 없습니다. 힘을 거머쥐고서 이름을 드날린 이들치고 논밭짓기를 사랑하는 이를 찾아볼 수 없어요. 흙을 파먹는 살림이 아닌, 논밭을 부치거나 들살림을 곁에 둔 삶이 아니었으니, 시골집은 엄두조차 안 내겠지요. 벼슬이나 감투를 한껏 누린 이들은 석칸풀집이 아닌 으리으리집을 올려세웁니다. 집을 손수 짓는 살림이라면 떵떵거리는 큰집을 지을 일이 없어요. 너무 크면 짐인 줄 모르기에, 들사랑하고 등진 짐더미를 끌어안습니다. 우리는 한 그루 나무를 곁에 두는 보금자리를 아이하고 도란도란 누리기에 사람답게 빛납니다. 밭일이 엉성해도 됩니다. 여름짓기를 잘 알아야 하지 않습니다. 흙일을 솜씨나게 할 까닭은 없습니다. 시골에 찾아드는 멧새를 이웃으로 삼고, 숱한 풀꽃나무를 동무로 삼으며 바라보는 눈썰미이면 즐거워요. 팔다리를 뻗고서 꿈나라로 나아가는 자리는 넓지 않아요. 오두막집으로도 넉넉합니다. 하루를 가꾸는 길을 생각해 봐요. 한 사람한테는 땅이 얼마나 있어야 할까요? 우리는 서로 어떤 살림빛을 밝힐 적에 눈빛이 맑을까요?


ㅅㄴㄹ


가꾸다·갈다·부치다·일구다·짓다·파다·파먹다·그루·시골·흙·논밭일·논밭짓기·논밭사랑·논살림·논짓기·들일·들짓기·들사랑·들살림·들살이·땅짓기·시골짓기·시골살이·시골살림·시골일·밭·밭일·밭살림·밭짓기·여름짓다·여름지이·흙살림·흙일·흙짓기 ← 경작(耕作)


풀집·흙집·작은집·시골집·석칸풀집·풀집석칸·오두막·오막·오두막집·오막집 ← 초가(草家), 초가집, 초가삼간, 초가모옥(草家茅屋), 초가누옥(草家陋屋), 누옥(陋屋), 모옥(茅屋)


산꽃·풀꽃·풀꽃나무 ← 생화(生花)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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