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13.

오늘말. 뒷빛


말이 길면 조금 자릅니다. 이만 줄여야겠다 싶으면서도 못내 끝맺지 못 하면서 슬슬 더 잇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살살 맺을 수 있어야겠지요. 길잡이는 먼저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이끌 마음도 있겠지만, 누구나 빛나는 숨결을 품은 줄 몸소 보이면서 저마다 도드라진 숨빛을 속삭이는 사람이라고 느껴요. 길눈이는 살림지기라고도 여길 만해요. 꼭두일꾼이나 꼭두빛 노릇을 할 때도 있되, 으레 뒷빛으로 가만히 서서 이쯤 해놓으면 다들 스스럼없이 나설 수 있을 만큼 이슬받이를 하고서 물러선다고 느낍니다. 해를 마주보면서 찰칵 찍을 적에는 엇빛이 됩니다. 등을 지고서 찰칵해야 잘 나온다고들 하는데, 빛은 어디에서나 다르게 흐르니, 여러 삶을 드러내는 여러 빛살을 새삼스레 누리기도 합니다. 뭐, 잘 나와야 하는 한 칸보다는, 오늘 이곳을 밝히는 한 칸이면 넉넉합니다. 새벽녘 첫빛을 바라봅니다. 이슬을 머금은 첫꽃을 들여다봅니다. 별이나 꽃은 자리를 매기지 않는데, 둘레에서는 자꾸 으뜸이나 버금이나 꼴찌를 따집니다. 끝꽃도 곱고 작은꽃도 환하니, 앞사람도 뒷사람도 손에 손을 잡고서 서로 꽃매듭을 지으며 하루를 누릴 적에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줄임·줄이다·자르다·이만·그럼·그만·이만 줄임·이만 마침·이만 끝·여기까지·이쯤·이쯤은·이쯤으로·끝·끝꽃·끝내기·끝마치다·끝맺다·마무리·마침·마치다·마침꽃·매듭·매듭짓다·맺다·맺음·맺기·살살·설설·슬슬·뭐·아무튼·어쨌든·어쨌거나 ← 총총(悤悤), 이하생략(いかしょうりゃく/以下省略)


엇빛·뒷빛 ← 역광, 역광선


길잡이·길라집이·길님·길눈이·살림꾼·살림잡이·살림지기·살림이·살림님·꼭두·꼭두머리·꼭두일꾼·꼭두지기·꼭두빛·도드라지다·두드러지다·뛰어나다·빼어나다·훌륭하다·끌다·이끌다·이끎빛·이끎이·마루·빛·빛나다·빛님·빛지기·우두머리·웃머리·으뜸·으뜸꽃·으뜸빛·으뜸이·일지기·첫빛·첫꽃·첫지기 ← 주장(主將), 캡틴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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