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말빛

곁말 104 두루눈



  나무는 보되 숲을 못 본다든지, 숲은 보되 나무를 안 본다고 하면, 한켠만 바라본다는 뜻이에요. ‘외곬눈(외눈·외눈박이)’이라고 합니다. 나무하고 숲을 나란히 볼 적에는 어떤 눈일까요? 이때에는 하나만 안 보고 여럿을 본다는 뜻이요, 여럿을 보되 하나하나 느끼면서 받아들인다는 몸짓입니다. ‘고루’ 보거나 ‘두루’ 본다는 이야기예요. 고루 바라볼 줄 안다면 ‘고루보다’나 ‘고루눈’처럼 새말을 엮을 만해요. 두루 바라볼 줄 알면 ‘두루보다’나 ‘두루눈’처럼 새말을 짤 만하고요. 이런 결을 담아 ‘뭇눈·뭇눈길’을 쓸 수 있고, 온갖 곳을 오롯이 바라본다는 뜻으로 ‘온눈·온눈길’을 쓸 만하지요. 우리 삶자리를 넓거나 깊으면서 두루 어우를 만한 말이란, 우리가 스스로 마음을 두루 틔울 적에 스스로 짓는다고 느껴요. 두루 보기에 ‘두루눈’이라면, 두루 보면서 나아가기에 ‘두루길’이요, 두루 보면서 품기에 ‘두루일’입니다. 두루보기를 할 줄 알면 ‘두루님·두루벗’일 텐데, 누구나 두루 어울리는 자리를 ‘두루터’나 ‘두루마당’이나 ‘두루누리’란 이름으로 나타낼 만해요. 이를테면 ‘커뮤니티·공개시설·공공시설·공론장·프리마켓·플리마켓·자유공간·광장·사회’가 모두 ‘두루판’입니다.


두루눈 (두루 + 눈) : 두루 보는 눈. 깊으면서 넓게 보는 눈. 여러 곳을 나란히 보면서 헤아리는 눈. 나무하고 숲을 함께 보거나 아우르는 눈. 하나부터 열까지 두루 보는 눈. (= 두루눈길·두루보다·고루눈·고루눈길·고루보다. ← 박이정博而精)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