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21 청소 2023.4.23.



모두 다 마음이야

먼지를 닦고

부스러기를 쓸고

쌓인 짐을 치워도


모두 나 나비야

덜 말끔해도 날고

덜 깔끔해도 나고

덜 갈무리해도 나아


모두 다 꽃밭이야

한겨울에 시들어도

비바람이 몰아쳐도

서울 한복판도


느긋하게 살핀다

찬찬하게 본다

오늘 하루 걷는다

해 그리며 웃는다


ㅅㄴㄹ


‘청소(淸掃)’는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함”을 가리켜요. 지난날 배움터에서는 어린이가 배움터를 모두 날마다 쓸거나 닦거나 치웠습니다. 요사이는 따로 말끔이(청소부)를 둘 텐데요, 지난날 배움터에서 어린이는 날마다 고단하게 보내야 했으면서도, 이 고단한 길을 거치면서 삶과 살림을 새삼스레 돌아보았어요. 집도 마을도 나라도 배움터도, 또 나라도 푸른별도 늘 쓸거나 닦거나 치우면서 갈무리를 할 적에 깨끗합니다. 비가 와서 하늘을 씻어 주지 않으면, 숨막히고 매캐하답니다. 작은 벌레랑 지렁이랑 파리랑 개미가 부스러기나 밥찌꺼기를 치워 주기에 들숲이 깔끔해요. 우리는 차근차근 손질하고 추스르면서 스스로 이곳을 정갈하게 돌볼 수 있습니다. 천천히 쓸어요. 가만가만 닦어요. 활짝 웃는 몸짓으로 노래하면서 치워요. 슬금슬금 오늘몫을 갈무리해요. 알맞게 쓰고 누리기에 몸이 튼튼하게 자랍니다. 알맞게 살피고 품기에 마음이 든든하게 큽니다. 아프거나 힘든 동무가 있으면 씩씩하게 나서서 거뜬히 거듭니다. 함께 밥을 차리고서 함께 설거지를 하고 치웁니다. 함께 걸어갈 길을 함께 쓰다듬듯 쓸어 놓으니 환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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