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8 행복 2023.4.17.



밥짓고 옷짓고 집짓고

말짓고 글짓고 마음지어

아이한테 들려주고 물려주는

어른이라면 기꺼이 기르는 기쁨


노래하고 놀고 나누고

춤추고 웃고 나긋나긋이

서로서로 만나고 얘기하는

오늘 하루는 물결 흐르듯 즐거움


깊이 퍼지는 기운이 밝아

조잘조잘 구르는 물방울 맑아

흐를 줄 알면서 흐뭇하고

함께 손잡아 흐드러진다


풀 곁에 나무 곁에 새

꽃 곁에 나비 곁에 너

별 곁에 하늘 곁에 나

수런수런 수다로 수더분


ㅅㄴㄹ


낱말책은 ‘행복(幸福)’을 “1. 복된 좋은 운수 ≒ 행우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 행우·휴복”으로, ‘복(福)’은 “1.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 ≒ 복조 2. 배당되는 몫이 많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합니다. “행복 = 복되다”요, “복되다 = 행복”이라면 영 어지럽습니다. 두 한자말 풀이에 ‘만족’이란 한자말이 깃들고, ‘만족(滿足)’은 “1. 마음에 흡족함 2. 모자람이 없이 넉넉함”으로, ‘흐뭇하다’는 “마음에 흡족하여 매우 만족스럽다”로 풀이하는군요. ‘만족·흡족 = 흐뭇하다’인 셈이라지만, 돌림·겹말풀이인 낱말책으로는 말결을 어림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낱말풀이 그대로 ‘행복’이 무엇인지 뚜렷이 모르고, 우리말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셈입니다. 깊이 기운이 차오르는 기쁨을 돌아봅니다. 노래하고 놀면서 물결이 흐르는 듯한 즐거움을 생각합니다. 흠뻑 적시듯 흐르고 흐드러지는 흐뭇함을 되새깁니다. 많아야 넉넉하지 않아요. 마음을 맑게 열어야 넉넉합니다. 싹을 틔우듯, 움이 트듯, 눈을 뜨듯, 활짝 펴기에 환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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