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10 불안 2023.4.17.
모든 애벌레는
눈코귀 없이 캄캄해서
두려워 벌벌 기며
잎만 바삐 갉아
울면서 먹다가 잠들고
허물벗기를 해보아도
살덩이만 늘며 깜깜길에
도무지 모르겠는 나날
어느 날 문득
더는 안 고프고 졸려서
실 한 오라기 뽑아
고치를 틀어서 안기니
알처럼 아늑하지만
앓고 녹여내야 하는 몸
아!
꿈으로 그려서 지으니 날개였어!
ㅅㄴㄹ
‘불안(不安)’은 “1.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 2. 분위기 따위가 술렁거리어 뒤숭숭함 3. 몸이 편안하지 아니함 4. 마음에 미안함”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조마조마·술렁·뒤숭숭’ 같은 우리말로 뜻풀이를 하는데, 다른 우리말로 가리키자면 ‘걱정·근심’이다 ‘떨다·두렵다’라 할 만합니다. “마음을 못 놓는다”면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어쩔 줄 모른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합니다. ‘바늘자리’에 앉았으니 덜덜거릴 테고, 바들바들하거나 부들부들하겠지요. 언제나 그러한데, 걱정은 걱정을 끌어당기고, 두려움은 두려움으로 잇습니다. 꿈은 꿈을 낳으며, 사랑은 사랑으로 퍼져요. 그러면 마음에 무엇을 담고 싶나요? 마음에 자꾸 근심걱정을 담으니 날마다 근심걱정이 찾아듭니다. 마음에 늘 즐겁게 노래하는 사랑을 심으니 나날이 새롭게 사랑을 노래하면서 즐거워요. 남 탓에 두렵거나 떨거나 조마조마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사랑을 안 심거나 등지는 탓입니다. 스스로 꿈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씨앗 한 톨이 얼마나 작은지 다시 바라봐요. 더없이 자그마한 씨앗 한 톨을 흙에 고요히 묻기에 어느새 숲을 이루며 푸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