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보면서 2023.4.29.흙.
네 마음으로 들어오는 빛은 어디에서 올까? 기쁜 빛이나 슬픈 빛이나 싫은 빛이나 껄끄러운 빛은 어디에서 올까? 저 멀리 높은 데에서 해가 비추지. 네가 디디는 바닥은 흙으로 이루고 푸나무 씨앗이 싹트는 자리야. 가만히 보렴. 너는 느끼고 보는데 네 옆에서는 못 느끼고 못 보곤 해. 네 옆에서는 느끼고 보는데 너는 못 느끼고 못 보곤 하지. 서로 다르게 볼 뿐 아니라, 서로 다른 곳을 봐. 그런데 ‘다르게 보고 다른 곳을 보던 눈’이 똑같은 것을 알아보는구나. 다만 ‘똑같은 것을 알아보’더라도 똑같이 안 느끼고 다르게 느끼지. 때로는 ‘똑같은 것을 알아보면서 똑같이 느끼곤’ 하는데, 느끼고서 받아들이는 결은 달라. 다 다른 줄 참으로 안다면, 네가 보고 느끼고 받아들여서 새롭게 가는 길은 오직 네 삶일 뿐인 줄 알 만할까? 남들이 너한테 따라와야 할까? 네가 남을 따라가야 할까? 무엇이든 보고 다시 보고 새로 보면서 너한테 차츰 스며들어서 빛난단다. 너는 너를 새롭게 알려고 둘레를 보다가 “아, 이제는 눈을 고요히 감고서 밤빛에 나를 놓아야겠구나.” 하고 느끼지. 밤마다 잠이 들어 꿈을 이루면서, 낮에도 숨을 돌리고서 몸을 가만히 내려놓으면서, 너는 너를 보는 길을 다시 느끼고 찾는단다. 보렴. 다르고 다른 너를 봐. 때로는 같으나 끝내 다른 너를 보렴. 찾아보렴. 숱하게 이곳저곳을 떠도는 네 숨빛을. 살펴보렴. 조용히 머물면서 너를 기다리는 속빛을. 빛줄기마다 기운이 흘러. 다 다른 빛줄기가 다 다른 곳으로 퍼지면서 네 마음이 문득 눈뜨는구나. 보려고, 알아보면서 처음으로 해보려 하는구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