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잎망울 2023.4.21.쇠.



4월로 접어들 즈음 너희 삶터로 제비·꾀꼬리·소쩍새·휘파람새·범지빠귀에 숱한 봄맞이새가 날아가지. 너는 뭍에 살고 바다에서 살지는 않으니, 너희 삶터가 봄을 맞이하여 한껏 무르익을 적에 바다가 얼마나 왁자지껄 대단한 줄 모르고 못 볼 테지. 너희 집이나 마을이나 둘레에서 봄맞이새를 몇몇 보더라도, 이 봄맞이새는 어마어마하게 무리지어 바다를 건넌단다. 새무리는 가을겨울에도 바다를 가로지르지. 봄맞이새는 가을 무렵 떠나고, 겨울맞이새는 겨울을 앞두고 찾아오니까. 더구나 봄을 앞두고 겨울맞이새가 무리지어 떠나니, 봄·여름·가을·겨울 내내 바다에서는 새무리 날갯짓소리가 가득하단다. 여름가을에는 가랑잎이 지고 봄에는 새잎이 돋아. 새꽃도 피고, 천천히 열매를 맺어. 해마다 모든 푸나무에 잎빛이 번지고 잎내음이 퍼지는데, 넌 얼마나 보고 느끼니? 꽃망울을 눈여겨보니? 잎망울을 들여다보니? 꽃빛을 온마음으로 담니? 잎빛을 춤사위로 반기니? 네가 있는 둘레는 온통 잿더미(시멘트)라서 잎도 꽃도 알도 안 보인다고 여길 수 있어. 그러면 생각해 봐. 넌 잎·꽃·알을 늘 못 보는 그곳을 집이나 마을로 삼을 수 있니? 잎·꽃·알을 늘 보고 누리는 터전으로 옮기겠니? 잎·꽃·알을 늘 보고 누리는 터전으로 너 스스로 일구어서 바꾸겠니? 어느 풀이나 나무라도 망울은 맑고 보드랍단다. 이 망울을 바라보고 품듯 모든 어린이는 맑고 보드라운 숨결로 태어나고 자라는데, 잎망울이 해바람비를 머금어 짙푸르게 거듭나듯, 모든 어린이가 슬기롭고 의젓하고 다부지게 피어날 만한 터전인지 살펴보기를 바라. 넌 푸나무를 이웃으로 두기에 푸르고, 새를 동무로 삼기에 새롭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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