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제국 당대총서 14
하워드 진 지음, 이아정 옮김 / 당대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인문책 / 숲노래 책읽기 2023.4.21.

인문책시렁 304


《오만한 제국》

 하워드 진

 이아정 옮김

 당대

 2001.1.9.



  《오만한 제국》(하워드 진/이아정 옮김, 당대, 2001)을 되읽으며 생각합니다. 요즈음 이분 책을 곁에 두는 분이 얼마나 있을는지 모르나, 이분이 싸움날개(전투폭격기)를 몰며 꽝꽝 터뜨리던 무렵 스스로 지저른 죽임짓을 밝히는 대목은 앞으로도 눈여겨볼 글줄이라고 느낍니다. 어느 쪽만 ‘때린이(가해자)’이지 않습니다. 스스로 올바르다(정의의 편)고 외치면서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게 죽임짓을 일삼은 무리가 있어요.


  하워드 진이라는 분은 그이 스스로 ‘미국 싸움날개’를 몰지 않았다면, 또 그 싸움날개가 무슨 뜻이었는지 스스로 돌아보지 않았다면, ‘역사’라는 이름을 내세운 온갖 거짓말을 캐내려는 마음으로 나아가지 못 했으리라 느낍니다. 바보짓을 일삼은 적이 있어도 깨우치고 거듭날 수 있습니다. 바보짓을 한 적이 없더라도 오히려 바보스러운 굴레에 스스로 갇혀서 못 헤어나오기도 합니다.


  눈을 뜨고 참길을 걸어가면서 참사람이 되려는 마음을 언제나 되새기려 하지 않는다면, 그만 나라(정부)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휘둘리는 허수아비 노릇을 하기 일쑤입니다. 허수아비가 되면, 돈도 이름도 힘도 쉽게 얻습니다. 허수아비가 되지 않겠노라 손사래치면, 돈도 이름도 힘도 없는 맨몸이 되겠지요. 그런데 맨몸으로 설 줄 알기에 스스로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면서 ‘어른’으로 거듭날 만합니다.


  나이만 먹는 이는 늙은 꼰대입니다. 나이먹기를 멈추고서 철들려는 몸짓으로 피어나기에 비로소 어른입니다.


  둘레를 보면 ‘어른 아닌 꼰대’인 놈들이 스스로 마치 ‘어른’이라도 되는 듯이 굴거나 뽐냅니다. 그러나 그들이 참으로 ‘어른’이라면 언제나 무릎을 꿇고서 어린이 곁에 설 뿐 아니라,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는 마음과 말과 몸짓으로 사랑을 물려주게 마련이에요. ‘어른 아닌 꼰대’이기에 어려운 말을 아이들한테 윽박지르며 외우도록 시킵니다. ‘그저 꼰대인 늙은이’인 터라 우리 삶터를 갈라치기(분열·차별)로 끊고서 자꾸 싸움을 부추깁니다.


  어른일 적에만 비로소 어버이로 다시 태어납니다. 어른이 아닌 사람은 어버이로 다시 태어나지 않습니다. 어른인 넋으로 눈뜨는 마음일 때에 비로소 ‘어머니·아버지’로 서로 어깨동무하며 살림을 추스르는 보금자리를 일구어 ‘어버이’라는 이름을 새로 얻습니다.


  아기를 낳기에 ‘어버이’라 하지 않습니다. 철든 몸짓으로 아이를 사랑으로 돌볼 줄 알아서 ‘어버이’입니다. 낳기는 했어도 사랑을 물려주지 못 하는 몸짓이라면 어른도 어버이도 아닌 그냥 ‘늙은 꼰대’입니다. 말과 이름을 어질게 가려서 쓸 노릇입니다. 말과 이름을 찬찬히 짚으면서 우리 넋을 돌아보고, 우리 하루를 스스로 그릴 적에, 비로소 이 땅에서 모든 총칼을 녹여내고, 아이들을 배움수렁(입시지옥)에서 건질 뿐 아니라, 우리 누구나 참사람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ㅅㄴㄹ


실제로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부와 권력이 특정한 방법으로 분배되고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세계 속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현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뜻한다. (20쪽)


정밀 폭격은 엄청난 자기기만이었다. 우리는 독일군이 도시를 폭격하여 수백 혹은 천여 명의 사람들을 죽였다고 분노했었다. 하지만 이제 영국군과 미군은 단 한 번의 공습으로 수만 명을 죽이고 있었다. (166쪽)


이미 대량폭격에 길들여진 미국의 대중들은 원자탄 폭격을 태연하게, 사실상 기쁨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나 자신의 반응이 어땠는지 기억한다 … 나는 원자탄의 폭발이 히로시마의 남자, 여자, 어린이 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것은 내가 유럽에서 6마일 고도로 날며 떨어뜨린 폭탄에 맞아죽은 사람들의 죽음처럼, 추상적이고도 먼 것이었다 … 일단 처음에 어떤 전쟁에 대해 정당하다는 판단이 내려지고 나면, 그 뒤로는 생각을 중지한 채 승리를 위해 저지르는 모든 일 또한 도덕적으로 타당하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17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