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개 2023.4.4.불.
너희들은 참 아리송해. 곁에 두면서 귀여워하고 싶다면서 ‘들숲에서 살아가는’ 새끼 늑대를 어미 늑대 몰래 데려다가 너희 손으로 길들이면서 같이 살아왔잖아? 그런데 너희는 왜 사람끼리 서로 갉거나 깎아내릴 적에 “개 같은 놈”이라고 말을 하지? 개한테 잘못하는 말일 뿐 아니라, 웃긴 말이지. ‘귀여워하려’는 짐승이라면서 붙인 ‘개’라는 이름을 왜 깎음말(욕)에다가 쓰니? ‘개’는 작으면서 귀엽고 앞으로 멋스레 클 숨결한테 붙인 이름이지. 그래서 ‘개나리’이고 ‘개꽃’이야. 또한, 들숲에서 살던 귀여운 숨결이기에, 너희 같은 ‘사람 손길을 안 탔다는’는 뜻에서 ‘개복숭아’라 하지. 그러나 모든 개는 너희 사람한테 길들지 않았어. 고분고분 귀염(굄)을 받은 개(가이)가 있지만, 끝까지 너희 사람한테 대들며 거칠게 구는 개가 있지. 이러다 보니, ‘말을 안 듣거나 사나운 사람’을 ‘개’에 빗대기도 하고, ‘고분고분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길든 사람’을 ‘개’에 빗대기도 하더군. 그래서 더 우습지. 아니, 개더러 어쩌란 셈이야? 너희가 들숲에서 몰래 데려와 길들였잖아? 더구나 사람인 너희는 ‘어미 개(어미 늑대)’가 아니니, ‘새끼 개(새끼 늑대)’가 들숲에서 어질게 살아갈 살림길을 보여주거나 가르치지도 못하잖니? 온갖 잘못을 다 너희가 저지르면서 덤터기는 개한테 씌우니 참 딱하지. 너희가 스스로 너희 자취를 되새기고, 너희 이웃 숨결을 꾸밈없이 바라보고 읽을 수 있기를 바라. ‘안개·몰개·는개’와 ‘개다·깨다’를 생각하렴. 작고 가볍고 부드럽되 속으로 기운차게 새로 틔우거나 열어가는 숨빛이 ‘개’란 말에 깃든 줄 읽으렴. 왜 ‘갯벌’이겠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