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의 그림책입니다 - 번역가 황진희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여행 소소 그림책에세이 시리즈 2
황진희 지음 / 호호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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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4.17.

다듬읽기 1


《우리는 서로의 그림책입니다》

 황진희

 호호아

 2022.6.30.



《우리는 서로의 그림책입니다》(황진희, 호호아, 2022)를 읽었습니다. 일본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뜻깊게 하시는구나 싶으면서도, ‘우리말씨’를 미처 살피지 못 하는 대목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그림책은 어린이부터 볼 뿐 아니라, 아기가 어버이 목소리로 듣는 책입니다. 그래서 그림책이란, 다른 어느 책보다 토씨 하나를 더 가다듬고 낱말 하나를 새로 추슬러서, ‘무늬만 한글’인 책이 아닌 ‘알맹이로 수수하게 우리 살림살이를 숲빛으로 밝히는 이야기꽃’으로 여미려고 할 적에 ‘옮김(번역)’을 이룬다고 느낍니다. 어린이하고 함께 읽는 그림책을 우리말로 슬기롭고 어질게 옮기자면 ‘어른끼리 주고받는 말’이라든지 ‘어른이 읽을 책에 쓰는 글’부터 ‘더 쉽고 수수하게 손질한 우리말씨’일 수 있어야 합니다. 늘 온마음을 기울여야 글쓰기와 글옮김을 ‘어른답’게 ‘철든’ 눈빛으로 하게 마련입니다.



진행하는 방법도 매번 조금씩 변주한다

→ 늘 조금씩 다르게 이끈다

→ 으레 조금씩 새롭게 꾸린다

→ 그때그때 조금씩 바꾸어 본다


좋아하는 그림책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 좋아하는 그림책을 만나면 마음이 느긋하다

→ 좋아하는 그림책을 만나면 마음이 가볍다


다른 나라의 말을 오류 없이 읽어내서

→ 다른 나라 말을 바르게 읽어내서

→ 다른 나라 말을 옳게 읽어내서


우리말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문장을 다듬는 일을 한다

→ 우리말결을 부드럽게 살리는 일을 한다

→ 우리말씨로 매끄럽게 다듬는다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했다

→ 서울로 오는 내내 꿈을 꾸는 듯했다

→ 서울로 오는 내내 꿈을 꾸듯 멍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로 홈런을 쳐 봤냐고 묻는다면

→ 누가 나한테 가장 좋아하는 일로 꿈을 이뤄 봤냐고 묻는다면

→ 누가 나한테 가장 좋아하는 일로 휙 넘겨 봤냐고 묻는다면


어린이가 가진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확장해 주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데다

→ 어린이다운 꿈나래를 마음껏 넓혀 주는 이야기가 사로잡는 데다

→ 어린이스런 꿈날개를 마음껏 살려 주는 이야기가 사로잡는 데다


아이들과 그림책의 만남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 아이들과 그림책은 나름대로 잘 만났다

→ 아이들은 그림책을 퍽 즐겁게 만났다


양육자들의 답은 여러 가지이다

→ 어버이들은 여러 가지로 말한다

→ 어버이 말씀은 여러 가지이다


할아버지의 낮고 포근한 목소리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어 음표처럼 날아다녔다

→ 낮고 포근한 할아버지 목소리가 아름다이 맞물려 콩나물처럼 날아다녔다

→ 할아버지 목소리는 낮고 포근히 아름다워서 가락빛처럼 날아다녔다


우문현답이라는 말이 자동으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 꽃소리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 멋스럽다는 말이 바로 떠올랐다


우리는 속사포처럼 질문을 던졌고

→ 우리는 화다닥 여쭈었고

→ 우리는 잇달아 물어봤고

→ 우리는 쉬잖고 물었고

→ 우리는 마구마구 여쭙고


이 짧은 질문을 통해 잠시나마 나를 생각해 본다

→ 이 짧은 말로 살짝이나마 나를 생각해 본다

→ 이렇게 가볍게 물으며 문득 나를 생각해 본다


존재하는 많은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 다 다른 숨결을 받아들이는 마음을

→ 저마다 다른 빛을 받아들이는 숨길을

→ 모두 다른 숨빛을 받아들이는 길을


그림책 테라피는 그림책을 통해서 나를 들여다보고,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 작업이다

→ 그림책 달래기는 그림책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이웃을 헤아리는 길이다

→ 그림책 보듬기는 그림책을 펴며 나를 들여다보고, 너를 돌아보는 일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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