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6. 언어 2023.4.16.
‘말’이라는 낱말은
마음을 노래처럼 담은 소리야
‘말씀’이라는 낱말은
마음을 씨앗으로 놓는 소리야
‘글’이라는 낱말은
‘말’을 보고 느끼도록 엮은 그림이야
‘그림’이라는 낱말은
‘마음’을 보고 읽으려는 모습을 옮겨
말을 말이라 않고
글을 글이라 않으면
마음도 씨앗도 생각도 잊고
삶도 사랑도 숲도 잃더구나
어린이 곁에서 이야기하자
어린이한테 말넋삶 이어주자
맑게 눈빛 틔우며 말하자
밝게 손빛 가꾸며 글쓰자
ㅅㄴㄹ
한자로 ‘언어(言語)’라 적어야 그럴듯하다고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 ‘언어학·언어학자’라고 할 뿐, ‘말길·말꽃’이나 ‘말꾼·말님’이라 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봅니다. 우리말 ‘말·말씀’은 비슷하되 다른 낱말입니다. 그러나 ‘말·말씀’이 어떻게 비슷하면서 다른가를 살펴볼 줄 알면서 어린이한테 들려줄 수 있는 어진 어른은 몹시 드뭅니다. 우리는 늘 ‘말’을 하면서 ‘마음’에 무엇을 심는지 못 느끼거나 안 볼는지 몰라요. 우리는 자꾸 ‘언어’를 비롯한 일본스런 한자말 굴레에 스스로 갇히거나 가두면서 생각을 닫을 뿐 아니라 마음마저 옭죌는지 모릅니다. 마음을 그리는 말글과 그림으로, 마음을 나누는 말꽃과 글꽃과 그림꽃으로, 마음을 가꾸어 곱게 피울 줄 아는 슬기로운 눈빛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요. “말이 씨가 된다”고 했습니다. 아주 투박하면서 쉬운 말 한 마디입니다. 모든 말이란 씨앗이에요. 마음에 심어 스스로 가꾸고, 마음에 심기에 스스로 달라지거나 바뀌면서 나아가는 하루입니다. ‘언어’는 몰라도 바보가 되지 않으나, ‘말’을 모르면 바보로 뒹굴어요. ‘언어’에 가두니 종(농예)이 되고, ‘말’로 푸니 사람으로 섭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