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서점에 간다 - 만능 크리에이터의 서점 활용법
시마 고이치로 지음, 김정미 옮김 / 키라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책읽기 2023.4.11.

인문책시렁 303


《나는 매일 서점에 간다》

 시마 고이치로

 김정미 옮김

 Kira

 2019.3.20.



  《나는 매일 서점에 간다》(시마 고이치로/김정미 옮김, Kira, 2019)를 읽었습니다. 진작 읽고도 퍽 오래 쌓아놓고서 잊었습니다. 한 해 남짓 지나서 되읽어 보니, 무엇이 아쉬웠는지 새록새록 느낄 만합니다. “편중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책을 진열하면 서점의 문턱이 높아진다고 강조한다(32쪽)” 같은 대목이 곧잘 나오는데, 모든 사람은 다 달라서 저마다 바라보는 갈래나 길이나 삶이 다르기에, 저마다 골라서 읽는 책이 다릅니다. ‘다르지(편중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시골에서 사는 사람더러 서울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으라 하면 얼마나 따분할까요? 거꾸로 서울에서 사는 사람한테 시골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읽으라 하면 얼마나 지겨울까요? 다만, ‘서울도 사람 사는 곳이면서 숲이 있’고, ‘시골도 사람 사는 곳이면서 삶이 있’다는 대목을 밝히는 책을 서로 이웃이 되어 읽어 보자고 징검다리를 놓을 수 있습니다.


  책집은 턱이 낮아야 할 까닭도 높아야 할 까닭도 없습니다. 그저 다 다른 책집이니까 다 다를 뿐입니다. 그림책만 다루거나 그림꽃(만화)만 다루기에 기운(편중된) 책집이지 않습니다. 그저 제 갈래로 나아가는 책집일 뿐입니다. 그러나 ‘다 다른 책’이 아닌 ‘팔릴 만한 책’을 놓는다면, 이때에는 책집이 아닌 장삿집이 되겠지요. ‘턱을 낮춘다면서 베스트셀러와 큰 펴냄터 책만 놓을’ 적에도 책집이 아닌 장삿집이 될 테고요.


  책손으로서 책집마실을 하는 까닭은 아주 쉽습니다. 집하고 가깝기에 가지 않아요. 집하고 가깝기에 더러 갈 수는 있되, ‘나랑 다른 책집지기가 바라보는 책을 만나면서, 이웃이며 동무는 이처럼 다르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눈길을 느끼고 ‘서로 다르게 보는 눈빛을 이야기하면서 만날 수 있’기에 책집마실을 합니다. 그래서 이 책 《나는 매일 서점에 간다》는 책이름만 놓고 보면 얼핏 눈여겨볼 만한가 싶다가도 ‘치우친(편중된)’ 줄거리가 너무 많아서 그닥 눈이 안 갑니다. ‘다 다른’ 이야기가 아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장사가 안 되어 책집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결로 자꾸 밀어대는 얼거리는 퍽 고단합니다. 이 책을 읽다가 지겨워서 지쳤습니다.


  ‘좋은 책집’에 갈 마음이 없습니다. ‘다른 책집’에 갈 뿐입니다. 책에는 ‘꽝’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다 다른 마음을 읽을 뿐입니다. 누리그물(인터넷)에서 슬쩍 찾아보아서는 다 알 수 없겠지요. 그러나 ‘알 수 없는 줄’ 알아챌 수도 있습니다. 다 다른 책을 놓지 않는 책집이라면, 팔릴 만한 책에다가 큰 펴냄터 책만 놓는 책집이라면 ‘세계가 참 좁구나’ 하고 느낄 뿐입니다. 온나라 어디를 가도 다 똑같은 ‘교보문고·영풍문고 지점’이나 ‘알라딘 중고샵 우주점’을 가면 ‘이런 큰책집은 참말로 책눈길이 좁네’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굳이 큰책집을 걱정해 줄 까닭은 없을 만하되, 교보·영풍이나 알라딘 중교삽은, 이대로 가면 다들 쫄딱 무너질 듯 보입니다. ‘잘 팔릴 만한 책’을 앞세우는 곳은 얼핏 ‘잘나가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 썩어들어 가는 뒷빛이 보입니다.


ㅅㄴㄹ


좋은 서점은 간단히 말하면 구입 예정이 없던 책을 사게 하는 곳이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 별로 흥미도 없던 우주 관련 책을 사거나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아일랜드 문학을 사기도 한다. (54쪽)


흔히 베스트셀러나 누군가에게 권유 받은 책을 사는 이유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싶지 않은 심리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다. 책 속에는 분명 ‘꽝’도 있기 때문이다. (84쪽)


검색으로는 ‘알지 못하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없다. 검색은 ‘본 적이 있는 것’만 발견하게 해 준다. (140쪽)


서점에 가면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습니다. 전혀 관심이 없던 서가에 일부러 가 보거나 서점 안을 산책하듯이 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19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