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4.10.
오늘말. 셈꽃
맑게 돋는 봄잎은 크고작게 봄들을 덮습니다. 일찌감치 길고짧게 꽃대를 올리는 봄풀은 환한 기운으로 봄빛을 퍼뜨리지요. 겨울볕은 봄볕보다 나쁘지 않고, 여름볕은 봄볕보다 낫지 않습니다. 철마다 다르게 드리우는 볕살입니다. 모두 잠든 땅에서 너무 춥지 않도록 겨울볕이 퍼지고, 모두 깨어난 터에서 너무 덥지 않도록 바람이 슥슥 불면서 푸른너울이 넉넉히 일어납니다. 봄 너머로 여름이 보입니다. 여름 다음으로 가을이 보여요. 가을이 가면 앞으로 겨울이 새롭게 올 테지요. 오늘은 언제나 어제라는 이름으로 흘러가면서 이야기 씨앗을 남깁니다. 어제로 떠나간 오늘은 새록새록 발자국으로 남아 우리 마음에 삶이라는 셈빛으로 어울립니다. 곧이어 다가올 날을 셈합니다. 새날은 어떤 셈꽃으로 피어서 이곳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밭을 이루려나 하고 헤아립니다. 해가 뜨며 낮이요, 해가 지며 밤입니다. 오르다가 내리는 빛줄기를 따라서 반가이 받고서 기쁘게 내려놓습니다. 얻으니까 건넵니다. 누구한테 주기에 잃지 않아요. 내주었더니 받습니다. 보내는 이웃은 잊지 않습니다. 앞뒤를 재거나 돈으로 높낮이를 살피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곧 뭇새가 노래합니다.
ㅅㄴㄹ
길고짧다·크고작다·잘잘못·나쁘거나 좋다·나쁘고 좋다·나쁘거나 낫다·나쁘고 낫다·낫거나 나쁘다·낫고 나쁘다·낫거나 궂다·낫고 궂다·좋거나 나쁘다·좋고 나쁘다·얻거나 잃다·잃거나 얻다·세다·셈·셈하다·셈값·셈꽃·셈빛·셈속·셈평·벌이·벌잇감·벌잇거리·돈·돈값·돈길·돈흐름·돈셈·돈어림·앞뒤·어떻게·어찌·얼마나 ← 득실, 손해득실, 이해득실
뒤·그 뒤·다음·나중·너머·그다음·이다음·다다음·앞·앞으로·오늘·이제·새날·곧·곧이어·모레·머잖아 ← 금후, 차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