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넋 / 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74 손빛책
어릴 적부터 ‘헌책방’을 다녔습니다. 그러나 둘레에서는 ‘고서점·중고서점’이라고 일컫더군요. 1992년부터 ‘책방마실·책방나들이’란 이름을 지어서 쓰니, 둘레에서는 ‘서점순례·책방투어’로 고쳐쓰라고 자꾸 떠밀었습니다. 2007년 즈음부터 ‘책집’이라는 낱말을 섞어쓰고, 2010년 즈음부터 ‘마을책집’이란 이름을 함께쓰다가 ‘책빛숲·책집마실·책빛마실·책숲마실·책꽃마실’ 같은 이름도 지었습니다. ‘책집·새책집·헌책집’에 ‘책숲·책마루숲·책숲집’처럼 여미어 보고요. 여기에 ‘헌책·손길책·손빛책’처럼 새삼스레 가리킬 이름을 짓기도 합니다. 둘레에서는 수수한 우리말 ‘헌책·새책’을 낮춤말처럼 삼더군요. 한자로 ‘중고서적·고서·신간·신서’라 해야 책맛이 난다고 여겨요. 우리말 ‘허(헌)’는 ‘허허바다’처럼 ‘하늘(가없이 넓고 크며 하나)’을 밑뜻으로 품습니다. 우리말 ‘새’는 ‘새롭다·생각·사이·삶·살림·사랑·사람’을 밑뜻으로 품습니다. 작고 수수한 낱말에 오히려 크며 깊고 너른 숨결이 깃듭니다. 헌책은 손길을 타면서 빛나기에 ‘손빛책’으로 바라볼 만합니다. 수수하게 ‘손길책’이기도 합니다. 새책이라면 ‘새책빛·사잇책’처럼 새록새록 마주할 수 있어요. 모두 책이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