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마더 존스 (2022.6.22.)

― 서울 〈책이는 당나귀(책이당)〉



  어제그제 이틀에 걸친 이야기꽃을 매듭짓고 고흥으로 돌아가려는 오늘 문득 생각해 보니, 달날(월요일)에 못 들른 〈책이는 당나귀(책이당)〉에 찾아가고서 14시 40분에 시외버스를 타면 되겠구나 싶습니다. 즐거이 내리쬐는 여름볕을 누리면서 깃들 수 있기를 바라며 새벽에 ‘마더 존스’ 삶자취를 노래꽃으로 갈무리했습니다. 어제는 ‘진창현’ 삶걸음을 노래꽃으로 써 보았어요. 이튿날은 고흥에서 무슨 교육정책토론회가 있대서 함께하기로 했기에 ‘무명교사 김정숙’ 삶넋을 이따가 시외버스에서 밑글부터 적바림할 참입니다.


  인천에서 서울로 전철을 달립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가만히 눈을 감고 쪽잠에 들다 보니 서울에 닿습니다. 등짐을 질끈 당겨 안골목을 걷습니다. 서울은 큰길뿐 아니라 안골도 부릉부릉 시끄럽고 매캐합니다만, 높다란 잿집이 적으면 호젓하면서 하늘빛과 바람내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어느새 ‘책이돌(책이는 돌쇠)’이 ‘책이당’ 앞에 섭니다. 등짐을 한켠에 내려놓고, 앞짐도 한동안 풀어서 땀을 식힙니다. 손수건을 쥡니다. 여름에는 ‘책쥐는 손수건’을 여럿 챙깁니다. 속을 펼치기 앞서 손수건 하나로 손을 문지르고, 다른 손수건으로 책등을 받쳐서 천천히 살핍니다. 다른 책을 만지기 앞서 다시 손수건으로 손바닥하고 손가락을 문지릅니다. ‘우리 집 책’이 아닌 ‘이웃집 책’이라면, 또 ‘책집과 책숲에 깃든 책’이라면, ‘책쥐는 손수건’을 다들 스스로 챙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따금 나라 곳곳 큰책집을 길(통행로)로 삼아서 가로지를 때가 있고, 가끔 여러 고장 책숲(도서관)에서 이야기꽃을 펴려고 마실하는데, 이러며 문득 둘러보면 손에 ‘책쥐는 손수건’이 있는 사람을 거의 못 봅니다. 책숲지기(도서관 사서)가 먼저 ‘책쥐는 흰장갑’을 넉넉히 챙겨서 곳곳에 놓는 일부터 거의 없습니다(‘거의 없다’고 적었지만, 여태껏 본 적이 아직 없습니다).


  말을 다루는 일을 하고, 글을 쓰면서 살다 보면, 빨리 말하거나 빨리 써야 한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즐거이 말하고 신나게 쓰면 되어요. 느슨하게 읽고 느릿느릿 쓰면 넉넉합니다. 돈을 빨리 벌어서 빨리빨리 써야 하지 않습니다. 책을 더 빨리 더 많이 읽지 않아도 될 테니, 책쥠새부터 새로 배우면 아름답습니다.


  ‘일하는 모든 사람’한테 어머니요 할머니였던 ‘마더 존스’는 늘 어깨동무(평화)를 노래했습니다. 알맞게 일하고 고르게 나누며 아이들이 사랑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총칼이 없어도 어깨동무를 이룬다고 여겼어요. 여름이 무르익습니다. 누구나 여름볕을 쬐기를 바라요. 여름은 안 덥습니다. 여름은 잎빛을 북돋웁니다.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정문주 옮김, 더숲, 2021.11.12.)

《이걸로 살아요》(무레 요코/이지수 옮김, 더블북, 2022.4.20.)

《또 만나요, 동네책방 문화사랑방 2021》(동네서점 엮음, 지역문화진흥원, 2021.12.10.)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2022년 6월 사진은 모두 잃은 나머지

2011년 10월 사진으로 갈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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