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4.5. 앓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엊그제 ‘자리’ 말밑찾기(어원분석)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이제 《새로 쓰는 삶말 꾸러미 사전》을 펴냄터로 보낼 수 있습니다. 두 가지를 보태면 됩니다. 하나는 ㄱㄴㄷ로 벌인 찾아보기요, 둘은 ‘곁책 꾸러미(참고도서 목록)’입니다. 어제그제에 오늘도 우리 책숲에서 곁책 꾸러미를 모으는데, 적잖이 품이 듭니다. 그동안 사서 읽기만 했을 뿐, 느낌글을 쓴다든지 벼리(목록)를 갈무리해 놓지 않기 일쑤였던 터라, 책을 하나하나 끄집어서 책자취(간기)를 옮겨적습니다. 이럭저럭 1400자락을 옮겨적었으나 갈 길이 멉니다.


  어제 하루는 몸앓이를 실컷 했습니다. 아침부터 갑자기 어지럽더니 몸살이 올라왔고, 몸살을 부여안고서 읍내 우체국을 다녀왔습니다. 몸살인 채 자전거를 달리기는 어렵거든요. 시골버스에서 노래꽃(동시)을 둘 쓰고, 우체국 앞에서 하나 씁니다. 대구에서 마을책집을 꾸리는 이웃님이 아기를 낳아 돌보십니다. 그분 집안 세 사람한테 하나씩 건네려는 노래꽃을 썼어요. 몸살을 씻어내고서 노래꽃을 쓰고 부쳐도 되지만, 어제는 굳이 ‘앓는 몸인 채 마음을 가다듬어 글결을 살리자’ 싶었어요. 몸살일 적에는 으레 드러누워 끙끙거리면 하루이틀쯤 땀을 쪽 빼고서 말짱하게 일어나는데, 몸살인 날은 셈틀을 켜서 글쓰기는 못 하지만, 붓을 쥐어 종이에 쓸 수 있더군요.


  아픈 몸으로 글을 쓴 숱한 이웃이며 어른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저는 비록 하루만 앓으면서 글을 쓸 뿐이지만, 이 하루를 고이 품자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뼈마디와 살점이 녹아들고 타들듯 끓어오르는 몸을 낱낱이 느껴 보는데, 집으로 돌아와서 자리에 누워 두나절 즈음(5∼6시간) 앓다가 “아, 애벌레가 나비로 몸을 바꾸려고 스스로 고치에 틀어앉아 녹고서 새로 태어날 적에 이렇겠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어릴 적부터 자주 앓고 툭하면 앓고 심심하면 앓는 몸을 건사하며 살아옵니다. 으레 앓으면서 살아왔기에 ‘앓음’이 나쁜 일이 아니요, 그렇다고 좋은 일이 아니지만, 무슨 뜻일까 하고 내내 곱씹었습니다. 자주 앓거나 늘 앓는 사람이란, 언제나 ‘허물벗기·날개돋이’를 하는 나날이로구나 싶습니다. 앓지 않아 본 사람은 살림을 꾸리기 어렵고, 앓지 않은 사람은 글을 쓰기 어렵구나 싶어요. 앓아 보기에 살림을 여미는 손길을 스스로 배우고, 앓고 또 앓기에 글빛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익힐 만합니다.


  작고 작지만 뜻깊게 어린이책과 삶책을 꾸준히 선보이는 ‘지양사’에서 《빙하기》라는 그림책을 곧 낸다고 합니다. 책도르리(북펀딩)를 하는군요. 기꺼이 한 손을 거듭니다. 저는 일곱째 도르리벗이 됩니다. 새로 태어날 책도, 새로 책을 여미는 펴냄터에서 그동안 선보인 책도, 새록새록 손길과 눈길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https://tumblbug.com/jiyangsa_ice_age_book


  작은 펴냄터에서는 ‘서평단 5∼10사람’쯤 모으고, 이럭저럭 큰 펴냄터에서는 ‘서평단 20∼30사람’쯤 모으고, 큰 펴냄터에서는 ‘서평단 100∼500사람’쯤 모읍니다. 서평단이란 이름으로 책을 알리는 일이 나쁠 까닭은 없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돌아볼 노릇 아닐까요? 큰 펴냄터에서 ‘서평단 100∼500사람’쯤 거느리면서 알리는 책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더구나 큰 펴냄터는 서평단이 아니어도 ‘큰책집 일꾼’하고 ‘마을책집 지기’한테 책을 보내 줍니다. 그들은 그만큼 책을 돌리거나 뿌려도 돈이 많고 돈을 잘 벌기 때문입니다. 큰 펴냄터에서 내는 책이라고 해서 나쁠 책은 없을 터이나, 이렇게 돌리거나 뿌리는 책을 구태여 읽어야 할는지 생각하는 마음인 이웃님이 깨어나기를 바랍니다.


  책을 책으로 바라보면서 나누려는 마음이 있다면, ‘책읽기 운동’을 안 일으켜도 됩니다. 책장사는 하나도 안 나쁘되, 책장사로 기울어버린 여러 큰 펴냄터 책만 읽고 나누는 책모임을 자꾸 펴거나 연다면,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 생각씨앗이 사그라들고 마음밭이 쪼그라들지 않을까요? 서평단 없이 책을 알리고, 언론홍보 없이 책을 나누고, 덤(굿즈) 없이 책을 팔고, 이름값 없이 쓰고 엮고 펴는 길에 서는 책이 무척 많습니다. 미처 제대로 안 알려진 책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어떤 책을 읽으면서 어떤 마음을 가꾸어 이 별과 보금자리와 마을과 나라를 어떻게 바꾸려는가를 헤아려 봐요. 작은 책 하나를 고르는 손길로도 이 별과 나라를 바꿀 수 있습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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