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휴일 2
신조 케이고 지음, 장혜영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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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2023.4.3.

넌 오늘 꿈을 그렸니


《매일 휴일 2》

 신조 케이고

 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7.30.



  《매일 휴일 2》(신조 케이고/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을 읽으며 삶과 꿈 두 가지를 돌아봅니다. 삶이란, 우리가 몸으로 맞닥뜨리거나 맞이하는 오늘입니다. 꿈이란, 우리가 마음에 담아서 날마다 새롭게 지피는 생각입니다. 몸으로 삶을 치르거나 겪기에 하나하나 배웁니다. 마음으로 꿈을 그리거나 담기에 차근차근 자랍니다.


  삶만 있을 적에는 배울 수는 있되 늙기 쉽고, 꿈만 있을 적에는 머리만 쓰느라 몸이 시들어요. 삶 곁에 꿈을 나란히 두어야 비로소 한결같이 빛나는 오늘일 수 있어요. 꿈은 삶으로 올겨야 어느새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는 몸짓일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살기에 쳇바퀴일 수 있으나, 시골에서 살더라도 톱니바퀴에 얽매일 수 있어요. 남이 시키는 대로만 일하면서 달삯을 꼬박꼬박 받다가 어느 나이가 찰 즈음 일터를 떠나야 한다면 쳇바퀴입니다. 스스로 심고 거두고 갈무리하는 논밭짓기가 아닌, 모든 씨앗을 나라(농협)에서 대주는 대로 해마다 다시 사서 심고 거두는데 나라(농협)에서 파는 틀(농기계)만 써야 하면서 나라(농협)에 팔기만 해야 하는 얼개라면 톱니바퀴에 갇혀요.


  나라(사회·정부·학교)는 사람들이 스스로 서는 길을 반기지 않습니다.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벼슬꾼(공무원)이 되거나 ‘나라하고 손잡는 일터’만 있기를 바라요. 그렇기에 곧잘 ‘스스로일꾼(자영업자·프리랜서)’을 쥐락펴락 흔드는 틀(정책)을 슬쩍 내놓습니다. 기름값이나 전기삯을 조금만 건드려도 스스로일꾼은 하나같이 흔들립니다. 그런데 기름값이건 전기삯이건 아무리 건드려도 벼슬꾼이나 ‘나라하고 손잡는 일터’는 안 흔들려요.


  그림꽃 《매일 휴일》에 나오는 젊은이나 어르신은 ‘삶과 꿈’이라는 두 빛줄기를 나란히 누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자꾸 담벼락에 부딪히고, 또 울타리에 걸리고, 거듭 도랑에 빠집니다. 쉽게 흔들리고, 마냥 어지럽고, 알게 모르게 망설여요. 앞길은커녕 저녁에 어떤 밥을 차려서 먹거나 사다가 먹을는지부터 갈피를 잡기 쉽지 않습니다.


  아침은 날마다 찾아옵니다. 저녁은 날마다 다가옵니다. 밤은 날마다 흐릅니다. 하루는 멈추는 일이 없고, 늦게 가지도 않습니다. 이 모든 하루를 어떻게 바라보면서 이 삶을 다스려야 웃을 만할까요? 모든 나날을 어떻게 맞아들이면서 우리 꿈을 씨앗으로 심어야 노래할 만할까요?


  저는 두 아이를 낳아 돌보는 나날을 보내는 내내 저녁에는 “이제 꿈을 그리면서 잠들렴.” 하고 속삭이고, 아침에는 “이제 하루살림을 그리면서 일어나렴.” 하고 읊습니다. 참말로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두 가지 이야기를 꼬박꼬박 들려줍니다. 이 이야기는 어버이로서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말이기도 하고, 제 마음에 대고 새록새록 되새기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이 몸을 입고 살아가는 이곳에서 삶을 밝히며 걸어가려고 합니다. 이 마음을 펴면서 꿈꾸는 한밤에 별빛을 품고서 쉬려고 합니다. 낮에는 낮새가 베푸는 노래를 싱그럽게 들으면서 꽃망울을 바라봅니다. 밤에는 밤새가 펴는 노래를 그윽하게 품으면서 땅기운이며 숲기운이며 별기운이 천천히 스미기를 바랍니다.


  바람소리는 바람노래 같아요. 빗소리는 비노래로구나 싶어요. 바다물결은 바다노래이고, 냇물결은 냇물노래입니다. 새가 펄럭이는 날갯짓도 다 다르게 퍼지는 노래입니다. 우리 하루도 나날이 새롭게 노래씨앗이 퍼지면서 반짝입니다.


ㅅㄴㄹ


“월말이라 돈이 없어.” “고기! 풍부한 단백질∼.” “그럼 너도 슬슬 아르바이트라도 하든가.” “윽.”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으윽. 알바하기 싫은데. 일하기 싫어.” (5쪽)


“도마를 깎고 있었어요. 너무 더러워서요.” ‘지금 그 말을 왜 해? 아아, 여전하네. 히로토 오빠는 옛날부터 흥분하면 묘하게 차분해져서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댔으니까.’ (10쪽)


‘친구의 의외의 강단에 놀란 알바 첫날이었습니다.’ (45쪽)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피카소가 14살에 그린 데생을 보고 절망했다. 이런 재능은 나에게는 없어.’ (50쪽)


‘나츠는 참 좋겠다. 가까이에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59쪽)


“다치바나 씨, 저는 매년 칠석 축제날 밤에는 여기에 와요.” “왜요?” “여기서 보이는 축제날 풍경이 좋아서요.” (115쪽)


‘고향 집에 머물 때는, 속마음이 나오기 쉬운 법.’ (130쪽)


#ひらやすみ #真造圭伍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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