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4.3. 젖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우리말 ‘자리’를 언제 곰곰이 생각했는가 하고 되새기면, ‘곳·데·자리·터’가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이라고 느끼던 무렵입니다. 처음은 아마 열 살 무렵이고, 열여덟 살 즈음 얼핏 다시 생각하다가 잊은 뒤, 스물다섯 살에 새롭게 짚어 보았고, 서른아홉 살에 가만히 가누다가 마흔여덟 살에 이르러 갈무리를 마칩니다. ‘자리’를 알려면 ‘자’를 알아야 했고, ‘자다’를 알아야 했으며, ‘잠그다·잠기다’를 알아야 했는데, 돌고돌아 ‘자주·자꾸’에 ‘잦다·젖다’를 지나 ‘잣·젓’까지 알아야 매듭을 짓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아기를 살리는 밥은 ‘젖’이라는 ‘물’입니다. 따로 ‘자리’랑 ‘젖’을 놓고 보면 둘은 그저 동떨어질 뿐이지만, 말밑을 하나씩 짚으면 둘은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살’을 입고서 ‘살아’가는데, ‘사랑’이 아니고서는 아이를 못 낳습니다. 참 수수께끼이지 않을까요? 그러나 사랑은 ‘사르는’ 불꽃이지 않아요. ‘살리는’ 길일 적에 사랑이요 사람입니다.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모든 말하고 마음하고 몸짓은 ‘산들바람’처럼 ‘산뜻’할 노릇이면서 ‘생생·싱싱·시원’할 노릇인데, ‘시원’이나 ‘시골’은 ‘심다·심·힘’으로 맞물립니다. ‘심다·심’은 ‘기르다·기운·기름’하고 비슷하면서 다르지요. ‘기르다’는 ‘자라다·잠·잠기다·자리·젖’하고 비슷한 결이 있으나 다릅니다. 하나를 보아야 하나를 알 수 있되, 하나만 보아서는 하나조차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말은 다 다르면서 하나이고, 수수께끼이면서 실마리이자, 노래이면서 놀이입니다. 이 얼거리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순이돌이(남녀)는 겉몸이 다른 하나인 숨빛인 사랑인 줄 깨달을 테고,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새로운 하늘빛(하느님)인 줄 눈뜰 만합니다. 종교·교육은 사람들이 저마다 스스로 눈뜨는 길을 가로막는 굴레입니다. 굴레는 바퀴 사이에 이어서 굴리면 부드러이 굴러가는 바탕이지만, 아무렇게나 끼우면 못 굴러가게 가로막는 틀입니다. 틀은, 사랑으로 세우면 새롭게 틔우는 튼튼한 자리이되, 억지로 붙잡으면 꽉 막힌 고약한 고린내일 뿐입니다. 좋음하고 나쁨은 있을 수 없습니다. 좋음하고 나쁨을 가르려 하면서 “저놈은 나빠. 이쪽이 좋아.”하고 갈라치기를 하는 모든 짓은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사랑스러운 사람인 줄 못 보도록 억누르는 고약한 우두머리 뒷짓입니다. 왜 “쉬운 말”이 모든 사람을 깨울까요?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쉬운 말”을 듣고 자라면서 눈을 뜨고 마음을 가꾸거든요. 아이들한테 “어려운 말”을 집어넣어 자꾸자꾸 졸업장을 들이밀려는 이들은 ‘어른’이 아닌 ‘늙은 권력자’입니다. ‘쉽다 = 수수하다 = 숲’입니다. ‘쉬운말’은 ‘숲말’이고, ‘숲말’은 ‘사람말·사랑말’입니다. 쉬운 말을 안 쓰는 이들은 스스로 사람답지 않게 갇히면서, 이웃도 사람빛을 잃고 나란히 갇힌 종(노예)으로 나뒹굴기를 바라는 괘씸한 짓일 뿐입니다. 다만, 스스로 종인 줄 잊은 채 이웃을 종살이에 가두는 짓을 하더라도 나쁜놈은 아닙니다. ‘나쁜놈’이 아닌 ‘철이 들지 않아 눈을 뜨지 않은 몸’일 뿐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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