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제비꽃 2023.3.27.달.
스스로 하루를 그리는 사람은 ‘남이 시키는 짓’을 섣불리 안 해. 스스로 하루를 그리는 사람은 ‘스스로 헤아리고서 무엇을 할는지’ 차분히 가누지. 겉으로 보면서 ‘시킨 대로 고분고분한 짓’이랑 ‘스스로 헤아려서 차분히 하는 일’을 가릴 수 있겠니? 네 눈에 비치는 모습은 ‘겉몸짓’이니, 아니면 ‘속빛’이니? 너는 늘 속빛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말할 수 있어. 그리고 너는 늘 겉몸짓에 휩쓸리거나 속으면서 되뇔 수 있어. 어느 모습이어도 언제나 ‘너’일 뿐이야. 스스로 설 줄 모르건 알건, 너는 너야. 이 봄에 피어난 제비꽃을 보겠니? 숲에 피어도 돌틈에 피어도 나무 곁에 피어도 마루 밑에 피어도 제비꽃이야. 밟혀도 꺾여도 제비꽃이야. 벌이 앉아도 나비가 앉아도 제비꽃이지. 흰송이여도 보라송이여도 제비꽃이고, 하나여도 무리지어도 제비꽃이란다. 넌 제비꽃한테서 어떤 숨결을 보고 느끼니? 넌 어떻게 제비꽃을 알아볼 수 있니? 참말을 하건 거짓말을 하건 너는 너야. 참살림을 가꾸건 겉살림에 허덕이건 너는 늘 너란다. 너는 그저 네 몸을 입은 뒤에 다 다른 숱한 삶을 새롭게 맞이하는 꽃 한 송이라고 할 만해. 너는 이 봄에 꽃이 피고 씨앗을 맺을 수 있어. 여름이나 가을에 꽃이 피고 씨앗을 맺을 수 있지. 겨울에 꽃을 피우거나 한동안 꽃을 안 피울 수 있어. 그러나 어떤 너라도, 너는 꼭 너란다. 이제 ‘3월 제비꽃’ 기운을 맡아 봐. 다가오는 새달에는 ‘4월 제비꽃’ 기운을 맡으렴. 해마다 철마다 달마다 날마다 아침저녁마다 다른 제비꽃을 보고 느끼면서, 노상 새로우며 거듭나는 네 숨결을 보고 느끼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