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말빛

곁말 102 짐나래



  둥그렇게 짓는 ‘둥지’입니다. 둥그렇게 엮어 서로 몸을 맞대어 함께 있는 ‘둥우리’입니다. 새는 곧바로 날아오를 만하도록 집을 짓습니다. 나무줄기에 구멍을 내어 깃든다면 담이나 지붕이 있는 셈이고, 나뭇가지나 우듬지나 굴뚝에 얼기설기 보금자리를 이루면 지붕이 없는 셈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집’에는 ‘지붕’이 있습니다. 지붕을 두며 살림을 짓고 이루며 있는 곳이 집이라고 할 만합니다. 일본말 ‘택배(宅配)’는 “집으로(택宅) 나른다(배配)”는 뜻입니다. 이 일본말을 뜯으며 ‘나르다’를 들여다봅니다. ‘나르다’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져다주는 몸짓을 나타내는데, ‘날’듯이 가볍고 부드러이 흐르는 결입니다. ‘옮기다’는 묵직한 것이 고스란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도록 하는 몸짓이에요. 힘을 들여 차근차근 가져다주거나 자리를 바꾸는 ‘옮기다’라면, 가볍고 부드럽고 빠르게 날듯이 흐르는 ‘나르다’입니다. 이런 말결을 헤아려, 짐에 나래(날개)를 달듯 징검다리 노릇을 하는 일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짐나래’ 같은 이름을 붙여 봅니다. 단출히 ‘나래·날개’라고만 해도 어울릴 테고요. “나래 왔습니다”나 “나래 보냅니다”나 “나래입니다” 하고 말하면 서로 날아오르듯 새로우리라 생각합니다.


짐나래 (짐 + 나래) : 짐에 나래(날개)를 달듯이 가볍고 즐겁게 띄우거나 잇거나 나르는 일, 또는 이 일을 하는 사람. (= 짐날개·짐꾼·짐벗·나름이. ← 포터, 운반, 운송, 운반원, 운송인, 배달부, 배달원, 택배, 택배기사, 집배, 집배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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