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685
《우리 학교 도서관》
김경일 글
김태우 그림
동구문화사
1969.5.25.
배움책숲(학교도서관)이 없는 어린날을 보냈습니다만, 배움책숲이 없어서 서운하거나 섭섭하지 않았습니다.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인천에서 다니던 1982∼87년뿐 아니라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88∼93년에도 ‘도서관 = 입시공부방’일 뿐 ‘책을 읽고 나누고 누리는 숲’이지 않았습니다. ‘도서관’ 아닌 ‘도서실’이란 이름인 칸조차 없던 초·중·고등학교를 보냈는데, 고을책숲(시립도서관)이 엉터리인 줄 알았기에 언제나 책집에 가서 책을 읽었어요. 1969년에 나온 《우리 학교 도서관》을 순천에 있는 헌책집에서 보고는 놀랐어요. 이 책은 줄거리도 그림도 일본책을 훔쳤습니다만, 배움책숲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줄 뿐 아니라, 전남 ‘광양서국민학교’에 깃들던 책이고, 제법 빌려읽힌 자국이 남습니다. “책숲을 말하는 책”은 ‘책이란 무엇인가’부터 ‘책이라는 종이꾸러미를 만지거나 다루는 길’에 ‘책을 가려내는 눈길’하고 ‘책을 읽고서 어떻게 삶을 가꾸는가’ 하는 얼거리를 짚을 수 있어야겠지요. 배움책숲이 없더라도 책빛을 들려주고 책넋을 알리고 책밭을 가꾸는 손길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저마다 스스로 삶빛·삶넋·삶밭을 일구는 어진 매무새로 피어나리라 봅니다. 숲에서 온 책이듯, 숲을 배우고 짓는 삶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