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193


《말괄량이 삐삐》

 아스트리드 린그렌 글

 김인호 옮김

 종로서적

 1982.3.15.



  린드그렌 님이 스웨덴사람인 줄은 1994년에 알았습니다. 그무렵 한창 한국외대에서 네덜란드말을 배웠는데, ‘네이포스’라 해서 ‘네덜란드·이탈리아·포르투갈·스칸디나비아(스웨덴)’, 이렇게 작은 네 곳(학과)이 사이좋게 어울렸어요. 스칸디나비아말을 배우는 또래랑 밤샘수다를 자주 했어요. 어느 날 “네덜란드말에 《안네의 일기》가 있다면, 스웨덴말에 《삐삐》하고 《닐스의 신기한 여행》이 있지.” 하고 얘기하더군요. “뭐? 삐삐가 스웨덴사람이야? 닐스도? 처음 알았네! 음, 네덜란드사람은 또 누가 있지? 음!” 그때에는 몰랐으나 ‘환 호흐(van Gogh)’나 렘브란트 말고도 ‘레오 리오니’나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이 네덜란드사람입니다. 이웃말(외국말)을 배우는 우리들은 이웃말로 아름길을 펴고 아름책을 선보인 어른을 하나둘 알아가면서 새롭게 읽는 동안 기쁘고 놀라웠습니다. 어느 날 ‘종로서적’판 《말괄량이 삐삐》를 헌책집에서 찾았어요. 스웨덴말 또래는 그날 밤샘수다를 하는 자리에서 “삐삐를 부르는 산울림 소리!” 노래를 신나게 불러 주었습니다. 린드그렌 님하고 라게릴뢰프 님 책을 스웨덴말에서 우리말로 옮기겠노라 꿈꾸던 또래는 언젠가 이 뜻을 펼 날이 있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